과학·기술

AI가 신약을 10배 빠르게? 2025~2026 리뷰 논문·실패 사례로 본 진실

콩나물국밥 2026. 4. 28. 22:16
과학·기술 · 2026.04.28

AI가 신약을 10배 빠르게? 2025~2026 리뷰 논문·실패 사례로 본 진실

며칠 전에 미국 바이오 ETF 3종 비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글을 쓰면서도 마음 한쪽이 계속 걸리던 게 있었어요. "AI가 신약 개발을 10배 빠르게 만든다"는 이야기. 알파폴드3, 노벨화학상, Recursion·Insilico 같은 회사들이 헤드라인에 줄지어 등장하는데, 정작 그 "10배"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온 건지,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는 모호한 채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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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ETF 얘기는 잠깐 접어두고, 그 "10배"의 정체를 한 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2025~2026년에 나온 리뷰 논문 3편, 빅파마들이 실제로 베팅한 돈, 그리고 한때 가장 야심찼지만 지금은 휘청이는 회사들. 이 세 가지를 같이 놓고 보면 그림이 좀 더 정직하게 잡힙니다.

결론부터 살짝 말하면 이렇습니다. AI는 신약 개발의 일부 단계에선 진짜로 혁명을 일으키고 있어요. 다만 "10배"는 전체 신약 개발 주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좁은 구간에 한정된 이야기라는 게 핵심입니다. 그리고 2026년 4월 28일 현재까지, AI가 설계해서 FDA가 승인한 신약은 0건입니다. 이게 출발점입니다.

SNAPSHOT · 2026.04.28 기준
AI 신약 개발 — 핵심 숫자
FDA 승인 (AI-designed)
0건
2027~28 첫 승인 예상
Phase I 통과율
85%
표본 약 10~20개
Lilly+NVIDIA AI 투자
$1B
5년 공동 투자
신약 개발 평균
10~15년
$2.6B (Tufts CSDD)

1. "AI 신약 10배"라는 말, 어디서 시작됐나

"AI가 신약 개발을 10배 빠르게 만든다." 이 문장을 어디선가 한 번쯤 본 적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땐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알파폴드3가 단백질 구조를 80% 정확도로 예측하고, 노벨화학상까지 받았다는 뉴스가 같이 흘러나오고 있었거든요. 그 정도 기술이면 10배 정도는 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처를 추적해보니, 이게 좀 까다로운 숫자였습니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두 곳이 McKinsey와 BCG의 2025년 보고서입니다.

McKinsey 보고서 (2025)
"4~5년 → 8개월"
초기 발굴 단계(early discovery) 한정. 후보물질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0배 단축된다는 추정. 임상 단계는 포함 안 됨.
BCG "AI Unlocked" (2025)
"candidate identification 10배"
후보물질 식별(candidate identification) 단계에서의 속도 향상. 전통 high-throughput screening 대비 비교.

두 보고서가 가리키는 건 같습니다. "10배"는 전체 신약 개발이 아니라, 가장 앞단의 한두 단계에 한정된 숫자라는 거예요.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평균 10~15년 걸리고 비용 26억 달러(약 3.6조 원)가 드는데(Tufts CSDD 2025), 그중에서 AI가 진짜 효과를 보는 구간은 길어야 2~3년 정도의 초기 단계입니다.

그러니까 언론이 "AI가 신약 개발을 10배 빠르게"라고 쓰는 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AI가 신약 개발의 앞단을 10배 빠르게 한다"입니다. 빠진 두 글자가 의미를 꽤 많이 바꿉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투자 판단에선 꽤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전체가 10배 빨라진다"고 믿으면 AI 신약 회사 주가는 5년 안에 폭발해야 정상이고, "앞단만 10배"라면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7~8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2. 2025~2026 리뷰 논문 3편이 말하는 진짜 그림

"10배"의 출처를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럼 학계는 뭐라고 하나? 컨설팅사 보고서 말고, 피어리뷰 거친 논문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2025~2026년에 나온 리뷰 논문들을 찾아봤습니다.

세 편을 같이 읽어봤어요. 두 편은 학술지에 정식 게재됐고, 한 편은 스탠퍼드 후버연구소가 발간하는 산업·기술 종합 보고서입니다.

논문·보고서 핵심 결론 한계 (Limitations)
Liu et al.
MedComm, 2025.07
DOI: 10.1002/mco2.70317
인용 18회 · 피어리뷰 완료
Hit-to-lead 단계에서 AI가 10~100배 효율 향상 가능성. 4개 영역(small-molecule design, target engagement, delivery, product development) 체계적 리뷰 임상 번역 부족, 데이터 편향(주로 in silico·동물), 장기 안전성 미검증
Fu et al.
J Pharm Anal, 2025.08
DOI: 10.1016/j.jpha.2025.101248
인용 159회 · 피어리뷰 완료
Target discovery·molecular generation에서 효율 ↑. Phase I 안전성 통과율 향상 신호 일부 관찰 Phase II/III 데이터 부족, 과장 위험, COI 명시 없음
Stanford SETR 2026
Biotechnology and Synthetic
Biology 챕터, 2026.01
AI + 단백질 설계·합성생물학에서 본격 패러다임 전환. "쓰는 생물학" 단계 진입 아직 상용화 초기, 규제·윤리 문제, 평가 프레임워크 부재

세 편을 같이 놓고 보면 패턴이 나옵니다. 셋 다 "AI가 신약 발굴 초기 단계를 크게 바꾸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해요. 그런데 Limitations 섹션에서 셋 다 똑같은 우려를 합니다.

리뷰 논문 3편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한계
1 대부분이 in silico(컴퓨터 시뮬레이션)·동물 실험 결과. 사람 임상 데이터는 아직 부족
2 학습 데이터가 백인·서구 환자 중심. 한국인·아시아인 데이터는 거의 없음
3 Phase II·III 단계의 효능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 평가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
4 언론·산업 발표가 학술 검증보다 앞서 있음. 과장 위험 상존

제가 보기엔 4번이 특히 중요합니다. 회사 IR이나 컨설팅 보고서는 "10배"를 강조하고, 논문은 한계를 같이 말합니다. 둘 다 거짓말은 아닌데, 보는 각도가 다른 거예요. 투자자 입장에선 양쪽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3. 신약 개발 5단계 — AI가 강한 곳, 약한 곳

앞에서 "10배는 앞단에만 적용된다"고 했는데, 그럼 신약 개발의 단계가 어떻게 나뉘고 어디서 AI가 강한지 한눈에 보고 갑시다.

[그림 1] 신약 개발 단계별 AI 효과 — "10배"가 진짜 적용되는 구간은 좁다

신약 개발은 보통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타겟 발굴 → 후보물질 발굴(hit-to-lead) → 후보 최적화(lead optimization) → 전임상 → 임상. 그리고 임상은 다시 Phase I·II·III로 나뉩니다. 이 순서대로 한번 보면.

단계 AI의 강점 AI의 약점·한계 속도 압축
타겟 발굴
어떤 단백질을 공략할지
지식 그래프·멀티모달 데이터 통합 생물학적 복잡성, 인종·성별 데이터 편향 2~5배
후보물질 발굴
10,000개 중 100개 추리기
가상 스크리닝, 생성 AI (가장 강함) 실제 실험 검증 부족 10배
후보 최적화
분자 구조 다듬기
생성 설계, ADMET 예측 합성 난이도, 독성 예측 한계 10배
전임상
동물 실험·독성 평가
ADMET·독성 예측, 동물 모델 일부 대체 동물→인간 번역 실패, 인종 편향 1.5~2배
임상 시험
사람 대상 1·2·3상
환자 매칭, 디지털 트윈, 프로토콜 최적화 (초기) Phase II/III 효능 데이터 부족 1.1~1.2배

표를 보면 명확합니다. AI는 "실험실 앞단"(타겟·후보물질·후보 최적화)에서 혁명적이고,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단계에선 아직 조력자 수준에 그칩니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10,000개 중 100개를 골라내는 것까지는 컴퓨터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100개 중에 진짜 사람한테 효과 있는 1개가 뭔지는 결국 임상에서 사람한테 직접 써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게, 신약 개발 비용의 대부분이 임상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Tufts 통계로는 임상 비용이 전체 R&D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해요. 즉, AI로 앞단을 10배 빠르게 줄여도 비용 절감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AI는 "10년짜리 마라톤의 첫 2km를 1km로 줄이는" 기술입니다. 마라톤 자체가 짧아지는 게 아니에요. 다만 첫 2km를 빨리 가면 그만큼 더 빨리 결승선이 보이긴 합니다. 그게 어디까지 의미 있는지는 결승선까지 가봐야 압니다.

4. Phase I 성공률 85%의 진짜 의미

AI 신약 회사들이 가장 자주 자랑하는 숫자가 "Phase I 성공률 80~90%"입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에서 Phase I 통과율이 약 50% 정도인 걸 감안하면 꽤 인상적인 숫자예요.

근데 이 숫자, 진짜로 받아들이기 전에 확인할 게 하나 있습니다. 표본 크기입니다.

[그림 2] AI 신약 vs 전통 신약 임상 단계별 통과율

PitchBook이 2026년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I-native 바이오텍이 지금까지 완료한 임상 시험은 약 10~20개 수준입니다. Insilico, Recursion, Exscientia, Schrödinger 등을 다 합쳐서요. 통계학에서 보면 표본이 10~20개일 때 추정한 비율의 신뢰구간은 꽤 넓어집니다.

PitchBook 보고서 원문에서 인용한 한 문장이 정직합니다.

"데이터셋이 아직 초기 단계라 작긴 하지만, 더 높은 Phase I 성공률은 향상된 타겟 선정의 결과일 수 있다."
PitchBook 2026 AI Drug Discovery 보고서

"향상된 타겟 선정의 결과일 수 있다(may reflect)." 단정이 아니라 추측이에요. 그리고 이 부분이 사실 더 중요한데, Phase II에서는 AI 신약 성공률이 약 35%입니다. 전통 신약의 Phase II 성공률 29%와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어요.

Phase I (안전성)
85% (AI) vs 52% (전통)
차이가 분명. 다만 표본이 10~20개라 통계적 신뢰도는 한계.
Phase II (효능)
35% (AI) vs 29% (전통)
차이가 거의 없음. 산업 평균 수준. AI가 만드는 차이는 여기서 사라진다.

이게 무슨 뜻이냐. AI가 "안전한 약을 만드는 데"는 강한데, "효과 있는 약을 만드는 데"는 아직 별로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는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이 저는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효능이 입증돼야 진짜 약이 되고, 진짜 약이 돼야 매출이 나오니까요.

물론 표본이 더 쌓이면 그림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2027~2028년 즈음 첫 AI 설계 약물의 FDA 승인이 나오면(Bernstein 추정 60% 확률) 그때 다시 평가해봐야 할 거예요.

5. 야심찼던 1세대들 — Exscientia·BenevolentAI의 그늘

AI 신약을 다룰 때 가장 자주 빠지는 부분이 실패 사례입니다. 성공 스토리만 모아놓으면 그림이 너무 장밋빛이라,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같이 봐야 균형이 잡힙니다.

2010년대 후반, AI 신약 1세대 상장사로 가장 주목받았던 두 회사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Exscientia, 그리고 같은 영국의 BenevolentAI. 둘 다 IPO 직후 시총이 수십억 달러를 찍었고, "AI가 제약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헤드라인을 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2023~2024년에 두 회사 모두 휘청였어요.

[그림 3] AI 신약 1세대 상장사 실패 타임라인

BenevolentAI — 주가 90% 하락의 길

BenevolentAI는 2022년 IPO 당시 시총 약 17억 달러로 출발했습니다. 알츠하이머·루게릭병 같은 난치성 질환에 AI 기반 신약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회사였어요. 그런데 2023년 4월, 주력 파이프라인이었던 BEN-2293(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이 Phase IIa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합니다. 안전성은 통과했는데, 가려움증·염증 개선 같은 2차 지표를 못 맞춘 거죠.

그 뒤로는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2023년 5월 180명 감원, 2024년 4월 추가 30% 감원과 미국 사무소 폐쇄, 2024년 12월 구조조정과 상장폐지 검토. 주가는 IPO 대비 90% 이상 빠졌어요.

Exscientia — 합병으로 종료

Exscientia는 2021년 NASDAQ에 상장하면서 시총 30억 달러를 찍었던 회사입니다. AI로 설계한 분자가 임상에 들어가는 첫 사례를 만들겠다는 회사였죠. 2023년 10월 핵심 파이프라인 EXS21546의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고, 2024년 8월 결국 Recursion에 6억 8,800만 달러(전액 주식 거래)에 합병되기로 발표했습니다. 2025년 1월 합병이 완료되면서 Exscientia라는 회사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합병 자체는 시너지일 수도 있지만, 단독으로 살아남기 어려웠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합병 후 Recursion은 파이프라인 일부를 축소했고, 직원도 일부 감원했습니다.

실패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

두 회사의 실패가 "AI 신약은 망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AI 기술이 좋다고 임상까지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는 점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임상에서 약물이 듣는지 안 듣는지는 결국 사람한테 써봐야 알고, 그건 AI도 비껴가지 못하는 변수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AI 신약 1등 회사 = 안전한 베팅"이라는 등식이 깨졌다는 게 핵심이에요.

6. 그래도 돈은 들어온다 — 빅파마의 베팅

실패 사례를 보고 나면 "그럼 AI 신약은 다 거품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다른 한쪽 신호는 정반대예요. 2025~2026년에 AI 신약 영역으로 들어오는 돈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림 4] 빅파마·VC가 AI 신약에 베팅하는 규모 (2024~2026)

 

Lilly와 NVIDIA의 $1B 베팅

2026년 1월 12일, Eli Lilly와 NVIDIA가 Co-Innovation AI Lab을 공동 설립하고 5년간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발표했습니다. 분자 발견·최적화·제조·영상 AI 등 신약 개발 전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게 목표예요. 이 발표 직전인 2025년 10월에는 Lilly가 자체 DGX SuperPOD(NVIDIA 최신 B300 GPU 1,000개 이상)을 구축한다고 공시했고, 이건 제약사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강 수준입니다.

제 생각엔 Lilly의 이 행보가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빅파마가 더 이상 AI를 "외주"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 둘째, NVIDIA에게 헬스케어가 진짜 매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신호. 다만 NVIDIA는 헬스케어를 별도 세그먼트로 공시하지 않아서, 정확한 매출 비중은 알기 어렵습니다. Q4 FY2026 기준 Data Center 매출이 623억 달러로 전체의 91% 이상이고, 그 안에 AI 헬스케어 수요가 어느 정도 섞여 있는지는 추정만 가능합니다.

Earendil Labs $787M — Sanofi와 Pfizer가 직접 들어온 의미

2026년 3월 20일, AI 바이올로직스 플랫폼 회사 Earendil Labs가 Series A로 7억 8,7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자 명단이 흥미로운데, 그냥 VC가 아니에요. Sanofi와 Pfizer가 직접 들어왔습니다. Hillhouse Biotech Development Fund도 합류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게 AI 신약 시장의 가장 중요한 시그널 중 하나라고 봅니다. 빅파마들은 보통 자체 R&D를 우선시하고, 외부 투자는 매우 신중한 편이거든요. 그런 빅파마 두 곳이 동시에 한 회사에 출자한다는 건, 자체 개발만으로는 AI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Earendil의 셀링포인트
AI 바이올로직스 플랫폼 + 40개 파이프라인. 빅파마 두 곳이 동시에 들어온 첫 사례.
$787M
2026.03 Series A

반대편에서는 Recursion이 Exscientia를 $688M에 흡수합병하면서, 1세대 AI 회사들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시장은 양 끝으로 갈리고 있어요. 한쪽에선 새로운 회사에 큰 돈이 들어오고, 다른 한쪽에선 1세대 회사들이 합쳐지면서 살아남습니다.

7. Insilico의 ISM001-055, AI 신약 첫 승인 후보

"AI가 설계한 약 중에 실제로 효과 입증된 게 있어?"라고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이 Insilico Medicine의 ISM001-055입니다. 코드명만 보면 무슨 약인지 안 와닿는데, 정확한 명칭은 Rentosertib입니다.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예요.

2024년 11월 12일, Insilico가 발표한 Phase IIa 결과는 꽤 주목할 만했습니다. 강제폐활량(FVC) 변화량이 placebo 대비 의미 있게 좋았어요.

FVC 변화량 (mL) 의미
Rentosertib 60mg QD +98.4 mL 폐 기능 개선 신호
Placebo -20.3 ~ -62.3 mL 통상 IPF 진행 패턴

이 결과는 2025년 Nature Medicine에 게재되면서 학계 검증을 통과했습니다. 피어리뷰 거친 저널에 실린 첫 AI 설계 약물의 효능 데이터예요. 이게 의미 있는 게, 기존 IPF 치료제(Pirfenidone, Nintedanib)는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로 개선시키지는 못합니다. ISM001-055는 개선 신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Phase IIa는 약 70명 규모의 작은 시험이고, 실제 Phase IIb나 Phase III에서 같은 결과가 재현될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2026년 4월 28일 현재 Insilico는 Phase IIb 설계를 논의 중이고, Phase III 진입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잘 풀려도 FDA 승인은 빨라야 2027~2028년이에요.

[그림 5] AI 신약 주요 기업 파이프라인 — FDA 승인은 아직 0건

Insilico 외에도 Recursion(Exscientia 합병 후 14개), Schrödinger(Phase III 진입한 zasocitinib 1개 보유), Atomwise 등이 파이프라인을 굴리고 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2026년 4월 28일 기준, AI가 설계한 약물 중 FDA 승인을 받은 건 0개입니다. 첫 승인이 언제 나오느냐, 이게 AI 신약 시장의 다음 분기점이에요.

8. 한국 AI 바이오, 그리고 식약처

미국 회사 얘기만 하면 좀 멀게 느껴지죠. 한국에서도 AI 신약을 표방하는 기업이 여럿 있습니다. 신테카바이오, 디어젠, 보로노이, 온코크로스, 스탠다임 같은 이름들이 자주 나옵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한국 AI 바이오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 1세대(Insilico·Recursion 등)와는 단계 차이가 좀 있습니다. 대부분 전임상~Phase I 단계에 있고, 매출 기여도는 거의 없습니다. AI 플랫폼에 대한 기대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기업 상장 여부 파이프라인 단계 2026 YTD 흐름
신테카바이오 코스닥 (시총 약 1,800억) AI 플랫폼·전임상 중심 약 -15%
디어젠 코스닥 (중소형) AI 신약 플랫폼·초기 약세
보로노이 코스닥 (중소형) AI 플랫폼·항암 파이프라인 약세
온코크로스 코스닥 (중소형) AI 항암제·초기 약세
스탠다임 비상장 AI 플랫폼 위주 -

전체적으로 KOSDAQ 바이오 섹터가 2026년 들어 약 -9~10%포인트 약세를 보이고 있고, AI 바이오 종목들도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신테카바이오가 -15% 정도 빠진 건 그래서 섹터 전체 약세 + AI 기대 프리미엄 일부 빠짐의 복합으로 보입니다.

식약처는 아직 AI 신약 전용 트랙이 없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2026년에 AI 신약 개발 관련 가이드라인을 일부 정비하고 있지만, AI가 설계한 약물에 대한 별도 승인 트랙은 아직 없습니다. 기존 신약 심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입장이에요. 이건 FDA·EMA도 비슷합니다. AI라고 해서 임상 데이터가 면제되는 게 아니라, 어차피 사람한테 써본 결과로 평가하니까요.

2026년 4월 28일 기준 식약처에서 AI 설계 약물로 승인된 신약은 0건입니다. FDA와 마찬가지로 첫 승인 시점은 아직 미정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한국 AI 바이오 종목에 대해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1세대도 아직 첫 승인을 못 받은 상황에서, 단계가 더 뒤처진 한국 종목에 베팅하는 건 시점이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국내 바이오 ETF에 적당한 비중으로 노출하면서 섹터 전체를 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미국 바이오 ETF 3종 비교 글에서 비슷한 고민을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https://spylab.tistory.com/7

 

AI 바이오 시대, TIGER KODEX KoAct 미국 바이오 ETF 정면으로 비교해보

ETF · 2026.04.21AI 바이오 시대, TIGER KODEX KoAct 미국 바이오 ETF 정면 비교같은 섹터, 세 개의 전혀 다른 설계도 — 패시브·합성·액티브 3종을 실제 보유 종목과 구조로 해부합니다SNAPSHOT · 2026.04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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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정리 — 필자의 관점

여기까지 정리하면서 제가 갖게 된 생각을 솔직히 풀어보겠습니다.

사실로 받아들일 것
· AI는 hit-to-lead·lead optimization에서 진짜로 10배 빠르다
· Insilico ISM001-055는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냈다
· Lilly·NVIDIA $1B, Earendil $787M 같은 대형 투자가 들어오고 있다
한 발 거리 둘 것
· "AI가 신약 개발 전체를 10배 빠르게"는 과장
· Phase I 성공률 85%는 표본 10~20개의 추정치
· FDA 승인 AI 약물은 아직 0건
· 1세대 회사 중 일부는 이미 휘청였다

필자 의견

개인적으로는 AI 신약 영역이 "분명히 일어나고 있긴 한데, 시장이 기대하는 속도보다는 좀 느리게 일어나는 중"이라고 봅니다. 알파폴드3, Insilico, Recursion 같은 이름이 헤드라인을 도배하고 있지만, 정작 매출이 나오고 약이 시판되기까지는 아직 몇 년이 더 필요해요. 그 사이에 1세대 회사 몇 곳은 더 합병되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있고요.

투자자 입장에서 제가 생각하는 포지션은 이렇습니다. AI 신약 단일 종목 베팅은 솔직히 무섭습니다. Insilico나 Recursion이 첫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도, 임상 한 번 실패에 주가 -50% 찍히는 게 바이오 섹터의 현실이거든요. 그 충격을 단일 종목으로 받기엔 부담이 큽니다.

대신 AI 신약 흐름의 수혜를 좀 더 분산해서 받는 방법은 있습니다. 첫째, NVIDIA처럼 AI 인프라를 파는 회사. 둘째, Lilly·Pfizer·Sanofi처럼 자체 AI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빅파마. 셋째, 미국 바이오 ETF 같은 섹터형 상품. 이 셋이 AI 신약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해주는 구조예요.

한 가지 분명한 건, 2027~2028년경 첫 AI 설계 약물의 FDA 승인이 나오면 시장의 평가가 한 번 크게 흔들릴 거라는 점입니다. 그게 Rentosertib(Insilico)일지, Recursion 파이프라인 중 하나일지, 아니면 빅파마와 협업한 제품일지는 지금 시점에선 알 수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자신 없습니다.

다만 그 분기점이 오기 전까지는, "10배 빠르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 번씩 의심해보는 습관을 갖는 게 투자자한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심한다고 손해 보는 건 없으니까요.

참고 자료

· Liu Y. et al., 'Ap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Biotech Drug Discovery and Product Development', MedComm, 2025.07 (DOI: 10.1002/mco2.70317)

· Fu C. et al., 'The future of pharmaceuticals: Artificial intelligence in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Journal of Pharmaceutical Analysis, 2025.08 (DOI: 10.1016/j.jpha.2025.101248)

· Stanford Emerging Technology Review 2026, 'Biotechnology and Synthetic Biology' 챕터, Hoover Institution, 2026.01

· BCG, 'AI Unlocked: Drug Discovery', 2025

· PitchBook, 'AI in Drug Discovery: 2026 Outlook', 2026

· Insilico Medicine, 'ISM001-055 Phase IIa Topline Results', 2024.11.12 (Nature Medicine 2025 게재)

· Eli Lilly · NVIDIA, 'Co-Innovation AI Lab 발표', 2026.01.12

· Earendil Labs, 'Series A 펀딩 발표 보도자료', 2026.03.20 (BioSpace, Pharmaceutical Technology)

· Tufts Center for the Study of Drug Development (CSDD), 'R&D Cost Studies', 2025 업데이트

· FDA CDER, 'AI/ML-Based Drug Development Guidance', 2024~2026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 글에 인용된 임상 결과·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이며, 후속 임상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의약품과 바이오 관련 투자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의학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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