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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오늘 상장, 경고등 3개 켠 채 카운트다운

콩나물국밥 2026. 6. 12. 08:37

스페이스X가 오늘(6월 12일) 미국 나스닥에 티커 SPCX,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합니다. 한국시간 오늘 밤 10시 30분 나스닥 개장 뒤 첫 거래가 체결되는데, 머스크의 벨파스트 게시물과 해임 불가 정관, 이란의 표적 목록까지 경고등 세 개가 같이 켜져 있습니다.

스페이스X 발사 중계를 보면 발사 직전에 꼭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발사 책임자가 각 담당 스테이션을 하나씩 호명하면서 "GO인가 NO-GO인가"를 묻는 폴(poll)이요. 연료, 기상, 추적, 회수. 한 군데서라도 NO-GO가 나오면 카운트다운은 멈춥니다. 오늘 이 회사가 주식시장이라는 발사대에 올라가는 날이라, 저도 같은 방식으로 폴을 돌려봤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스테이션 세 군데에서 잡음이 들리는데 카운트다운은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발사체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일론 머스크

사진 1. 일론 머스크. 상장 주간 내내 회사 실적보다 그의 게시물이 더 많은 헤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사용자 제공)

T-0  발사대 스펙: 역대 최대 IPO의 숫자들

먼저 발사체 제원부터. 이 글은 리스크 점검이 본론이라 개요는 표 하나로 줄입니다. 회사가 뭘 해서 돈을 버는지는 로드쇼 분석 글에, 국내 우주 ETF에 언제 편입될지는 편입 시점 글에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

티커 · 거래소SPCX · 나스닥, 6월 12일(금) 거래 시작
공모가주당 135달러 고정가 · 5억 5,560만 주
조달액 · 기업가치750억 달러 · 약 1조 7,700억 달러 (역대 최대 IPO)
개인 투자자 배정전체의 약 30%, 225억 달러어치 (통상 대형 IPO의 약 3배)
수요2,500억 달러 이상, 3.5~4배 초과청약 (보도 기준)
실적 (2025년)매출 187억 달러(+33%) · 순손실 49억 달러

수급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공모액의 3.5배가 넘는 돈이 줄을 섰고, 상장 보름쯤 뒤 나스닥100 편입이 유력해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 매수까지 예약돼 있다는 추정(220억~270억 달러)도 나옵니다. 편입 절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나스닥 패스트 엔트리 글에서 다뤘으니 여기선 생략합니다.

관제 판정 · GO — 수급 스테이션은 문제없음. 문제는 다음 세 곳.

STATION 1  평판: 벨파스트가 불타는 동안 올라온 게시물

6월 9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칼부림 사건이 있었습니다. 외신 보도 기준으로 수단 출신 망명 신청자가 한 남성을 찔러 피해자가 중태에 빠졌고, 그날 밤 복면을 쓴 군중이 거리로 나와 자동차와 버스, 주택에 불을 질렀습니다. 일주일 사이 영국에서 벌어진 두 번째 반이민 폭력 사태였습니다.

문제는 이 폭동이 번지는 동안 머스크가 한 일입니다. 그는 팔로워 2억 4,000만 명짜리 자기 계정으로 반이민 시위를 증폭시켰습니다. 한 극우 정치인이 "위험한 자들을 우리 동네에 들인 관료들을 기소하겠다"고 쓰자 "This is the way"라고 답했고, 시위 장소를 안내하는 게시물을 공유했으며, "반복해서, 크게 시위해야만 바뀐다"고 직접 쓰기도 했습니다. 5월에 루퍼트 로우가 이끄는 극우 정당 '리스토어 브리튼'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진 행보입니다.

영국 쪽 반응은 격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온라인에서든 어디서든 이를 부추긴 자들"을 겨냥했고, 북아일랜드 행정수반 미셸 오닐은 "이 세상의 일론 머스크들은 집에 편히 앉아 증오와 긴장을 조율한다"고 직격했습니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 Ofcom은 X 등 플랫폼에 선동 방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상기시키는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건 타이밍입니다. 보통의 회사라면 역대 최대 IPO를 사흘 앞둔 CEO는 입을 닫습니다. 은행들이 "순수 우주 인프라 투자"로 포장해 온 상품의 간판이 상장 직전에 외국 정부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은, 주관사 입장에서는 악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청약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안심할 일인지, 더 불안한 일인지는 스테이션 2를 보고 판단해 주세요.

관제 판정 · HOLD — 평판 리스크는 켜져 있으나 수요는 무반응. 판단 보류.

STATION 2  정관: 해임이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CEO

벨파스트 게시물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게시물 자체가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해도 회사 안에서 아무도 견제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상장을 앞두고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포럼에 올라온 분석과 뉴욕시·뉴욕주 감사관,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CEO가 5월 중순 보낸 공개서한이 같은 지점을 짚었습니다. 정관 구조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항목내용
의결권 구조공모주(클래스A) 1주 1표 · 내부자(클래스B) 1주 10표
머스크 지배력지분 약 42%로 의결권 약 79% 확보 (감사관 서한 기준)
해임 요건CEO·의장 해임은 클래스B 표결 사안 → 머스크 본인 동의 없이는 수학적으로 불가
겸직9인 이사회에서 CEO·CTO·이사회 의장 3역 겸직
지배기업 특례'컨트롤드 컴퍼니' 지위 선택 → 이사회 과반 독립·보수위원회 독립 요건 면제

지분과 의결권의 간격을 그림으로 보면 이 구조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보유 지분 약 42%
의결권 약 79%

머스크의 스페이스X 지분율 대 의결권 비율. 클래스B 10배 의결권이 42%의 지분을 79%의 지배력으로 늘려 줍니다. (출처: 뉴욕시 감사관 등 공개서한)

견제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6월 10일, 그러니까 거래 시작 이틀 전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SEC에 상장 연기를 공식 요구했습니다. 서한의 표현을 빌리면 이 IPO는 "보통 투자자와 그들의 은퇴 자금에는 상당한 리스크를, 스페이스X 내부자들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주는 구조라는 겁니다. 다만 미국 언론들도 SEC가 실제로 멈출 가능성은 낮게 봤고, 실제로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테슬라를 떠올렸습니다. 테슬라 주주들은 그래도 주주총회에서 머스크의 보수 패키지를 두고 표 대결이라도 해 봤습니다. 스페이스X 공모주 주주는 그 표 대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135달러를 내고 사는 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지분이지, 회사의 방향에 대한 발언권이 아닙니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정관에 적힌 확정 사실이고, 그래서 세 스테이션 중 유일하게 제 판정은 NO-GO입니다.

관제 판정 · NO-GO — 그러나 시장은 이 스테이션의 응답을 기다리지 않고 카운트다운을 계속했습니다.

STATION 3  지정학: 이란의 표적 목록에 오른 회사

상장 전날인 6월 11일에는 다른 종류의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이란 국영 파르스 통신이 "서아시아 지역에서 머스크가 운영하는 경제적 이해관계 전부"를 군사 표적 목록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겁니다. 이스라엘, 카타르, 요르단, UAE, 오만의 스타링크 지상국이 구체적으로 거론됐고,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아부다비의 알파 다비 홀딩과 무바달라까지 명단에 올랐습니다.

맥락 없이 나온 위협은 아닙니다. 시간순으로 깔면 이렇게 됩니다.

시점사건
3월 말IRGC, 스타링크를 '합법적 공격 대상'으로 선언.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기업 18곳의 중동 사업장 겨냥 경고
5월로이터 탐사보도: 스타링크의 군용 버전 스타쉴드 단말기가 2025년 6월·2026년 2월 대이란 드론 작전의 핵심 통신 인프라로 활용 (펜타곤 문서 근거)
6월 8일호르무즈 해협 인근서 미 육군 아파치 헬기 추락. 트럼프 대통령, 이란 소행으로 규정하고 이란 방공망 보복 공습 명령
6월 9~10일IRGC, 중동 미군 기지 21곳 공격 주장. 미국, 추가 미사일 대응 (보도 기준)
6월 11일파르스 통신 "머스크 자산 표적 목록 포함 검토" 보도
6월 12일SPCX 나스닥 거래 시작

투자자 입장에서 곤란한 건 이 리스크가 계량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실제 타격 가능성이 얼마인지, 지상국 한 곳이 피해를 입으면 매출에 얼마가 잡히는지 계산할 방법이 없습니다. 분석가들이 "장기 소모전"이라 부르는 국면이 시작됐다는 것 정도가 확인된 사실의 전부고, 이 분쟁이 환율을 타고 한국 계좌에 어떻게 닿는지는 원·달러 1,555원 원인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한 가지 묘한 풍경도 기록해 둡니다. 이란이 표적 목록을 만지는 동안, 같은 동네의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쿠웨이트 투자청은 각각 10억~50억 달러 규모의 청약 주문을 넣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습니다. 걸프 자본은 사겠다고 줄을 섰고, 테헤란은 좌표를 찍겠다고 합니다. 같은 회사를 두고요.

관제 판정 · HOLD — 계량 불가. 전쟁 변수는 폴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

옆 발사대  중국에서 줄 선 로켓 회사들

시야를 옆으로 돌리면 이 상장의 다른 의미가 보입니다. 스페이스X가 "민간 로켓 회사도 공개시장에서 조 단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자, 중국 상업 우주 기업들이 일제히 상장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회사진행 상황
랜드스페이스2025년 12월 31일 상하이 커촹판(STAR마켓) 상장 신청 수리. 75억 위안(약 11억 달러) 조달 목표. 중국 민간 발사체 1호 상장 후보
CAS스페이스2026년 1월 IPO 지도 절차 완료 (중국과학원 분사)
갤럭틱에너지 ·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외Yee Space·Mino Space 포함 6개사가 IPO 지도·신청 수리 단계 (SpaceNews 집계)

길을 깔아준 건 제도입니다. 2025년 12월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수익 실현 전 단계의 기술기업도 받아주는 커촹판 제5호 상장 기준으로 상업 로켓 기업의 상장 경로를 열어줬습니다. 글로벌타임스 기준으로 중국의 상업 우주 기업은 600곳을 넘고, 2025년 한 해 투자 유치액은 186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32% 늘었습니다.

아이러니는 정작 중국 투자자들이 이번 SPCX 공모에서 배제됐다는 점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규제·컴플라이언스를 이유로 중국 본토와 홍콩의 청약 참여를 차단했고, 마케팅 자료 접근까지 막았습니다. 그래서 중국 자금은 자국 우주 공급망 종목과 우주 테마 ETF로 우회하는 중입니다. 미국이 역대 최대 IPO로 자본을 빨아들이는 동안, 중국은 자기 발사대를 따로 짓고 있는 셈입니다.

POLL  그래서 GO인가 NO-GO인가

스테이션상태판정
수급3.5~4배 초과청약, 개인 배정 30%, 나스닥100 편입 대기GO
평판벨파스트 게시물로 영국 정부와 정면충돌, 수요는 무반응HOLD
거버넌스해임 불가 정관 + 의결권 79%, 워런 연기 요구는 불발NO-GO
지정학이란 표적 목록 검토 보도, 피해 계량 불가HOLD

진짜 발사 폴이었다면 이 조합으로는 카운트다운이 멈춥니다. NO-GO 하나에 HOLD 둘이니까요. 그런데 시장의 폴은 멈추지 않았고, 저는 그 이유가 수요의 구성에 있다고 봅니다. 이번 공모는 개인 투자자 배정이 통상의 3배인 30%고, 상장 직후에는 지수를 따라 기계적으로 사는 패시브 자금이 들어옵니다. 정관을 읽고 표결권을 따지는 쪽의 목소리가 가격에 반영되기 어려운 수요 구조라는 뜻입니다. 리스크가 가격에 안 들어간 게 아니라, 가격을 만드는 손들이 리스크를 보지 않기로 한 쪽에 몰려 있는 겁니다.

세 경고등의 공통점도 적어 둡니다. 벨파스트도, 정관도, 이란의 표적 목록도 전부 한 사람으로 수렴합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 머스크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가장 큰 리스크도 머스크고, 그 리스크를 다룰 내부 장치는 정관이 막아 놨습니다. 1조 7,700억 달러짜리 단일 인물 리스크. 오늘 밤 10시 30분부터 시장이 여기에 값을 매기기 시작합니다.

저는 청약 자격도 없었지만, 있었어도 이번엔 구경석에 앉았을 것 같습니다. 발사는 워낙 장관이라 안 볼 수는 없고요. 다만 진짜 발사 중계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NO-GO를 무시하고 쏘아 올린 로켓이 어떻게 되는지는 발사 당일이 아니라 한참 뒤에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참고 자료 · CNBC "SpaceX IPO explained"(6/9)·워런 의원 SEC 서한 보도(6/10)·이란의 머스크 기업 위협 보도(6/11) / NBC뉴스 벨파스트 폭동·머스크 게시물 보도 / 뉴욕시·뉴욕주 감사관 및 캘퍼스 공개서한(5월) / 블룸버그 오피니언 스페이스X 지배구조 분석(5/29) / 로이터 스타쉴드 탐사보도(5월)·중국 본토 청약 배제 보도 / 파르스 통신 보도의 아나돌루 통신 전언 / SpaceNews·차이신 랜드스페이스 IPO 보도 / 글로벌타임스 중국 상업우주 통계. 일부 수치는 보도 기준 추정치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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