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시장

부는 빼앗는 걸까 만드는 걸까, 빵집부터 금·비트코인까지 (2부)

콩나물국밥 2026. 6. 23. 22:50

주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우상향하는 건, 시장 안의 회사들이 없던 가치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구도 빼앗기지 않고 부가 새로 생긴다는 말은 선뜻 믿기 어렵습니다. 자원이 유한한 지구에서 부는 정말 무한한지,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금과 비트코인은 왜 비싼지까지, 1부에 이어 부의 정체를 파보겠습니다.

투자 원리 시리즈 · 2부

1부 요약

1부에서는 주식이 폭락해도 돈은 대개 증발이 아니라 이동이며, 거래로 보면 제로섬·소유로 보면 플러스섬이라는 걸 봤습니다. 짧게 보면 뺏고 뺏기고, 길게 보면 같이 커진다고요. 그 '같이 커진다'의 정체, 곧 새 가치가 어디서 오는가가 2부의 출발점입니다.

1. 빵집 원리: 가치는 변환에서 생긴다

"누군가 더 벌었으면 누군가는 덜 번 것 아니냐"는 직관에는 숨은 가정이 하나 깔려 있습니다. 세상의 부가 정해진 크기의 고정된 덩어리, 마치 피자 한 판이라는 가정입니다. 그래서 내가 한 조각 더 가지면 네 조각이 준다고 느끼죠. 그런데 부는 고정된 덩어리가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빵집을 보겠습니다.

밀가루·물·효모
1,000원
+ 주인의
노동·기술
= 갓 구운 빵
5,000원

여기서 4,000원의 새로운 가치가 생겼다. 누구에게서 뺏어온 걸까?

밀가루를 판 농부일까요. 아닙니다. 농부는 자기가 원하는 값에 팔았고, 그 입장에선 밀가루보다 현금이 더 좋아서 만족하고 거래했습니다. 빵을 산 손님일까요. 아닙니다. 손님은 5,000원보다 갓 구운 빵이 더 좋아서 기꺼이 샀습니다. 안 그랬으면 안 샀겠죠. 농부도 빵집도 손님도, 거래 전보다 후에 더 만족합니다. 아무도 빼앗기지 않았는데 4,000원이 생겼습니다.

가능한 이유는 빵집이 세상에 원래 없던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밀가루는 그냥 가루였는데, 사람이 먹고 싶어 하는 빵으로 바꿔냈죠. 가치는 이렇게 변환에서 생깁니다. 자원을 사람들이 더 원하는 형태로 바꾸면, 그 차이만큼 부가 새로 만들어집니다. 거래가 제로섬이 아닌 근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사람마다 같은 물건의 가치를 다르게 매기기 때문에, 맞바꾸면 양쪽 다 자기 기준에서 이득을 봅니다. 한쪽이 손해 봐야 거래가 성립하는 게 아니라, 양쪽 다 이득이라 거래가 일어나는 겁니다.

2. 무에서 생기는 가치: 닳지 않는 것들

빵은 그래도 밀가루라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어떤 가치는 물질을 거의 쓰지 않고 생깁니다. 위키피디아에 누가 "지구는 둥글다"는 지식을 적어두면, 10억 명이 읽어도 그 지식은 닳지 않습니다. 내가 안다고 당신이 덜 아는 게 아니죠.

여기에 두 종류의 재화가 있습니다. 빵은 내가 먹으면 사라집니다(경합재). 반면 지식·소프트웨어·노래·수학 공식은 무한히 복제돼도 원본이 줄지 않습니다(비경합재). 피타고라스 정리는 2,5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매일 전 세계에서 쓰입니다. 단 한 번 창조됐는데 무한히 가치를 뿜어내는 셈이죠.

이게 인류의 성장이 갈수록 빨라지는 진짜 엔진입니다. 물질로 된 부는 나눠 쓰면 줄지만, 아이디어는 쌓이기만 합니다. 뉴턴이 "거인의 어깨 위에 섰다"고 한 것도 같은 얘기입니다. 앞선 사람들이 만든 지식을 공짜로 물려받아 그 위에 더 쌓으니, 다음 세대는 더 높은 어깨에서 출발합니다. 부가 복리로 불어나는 토대가 이것입니다.

3. 돈은 부가 아니다

여기서 많이들 헷갈립니다. 돈은 부가 아니라, 부를 가리키는 청구권일 뿐입니다. 무인도에 혼자 1조 원을 들고 떨어졌다고 해보죠. 그냥 종이 더미입니다.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습니다. 진짜 부는 그 섬의 코코넛, 물고기, 직접 지은 오두막, 그리고 내 건강과 기술입니다. 돈은 그것들과 바꿀 수 있다는 약속이지 부 자체가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가 돈을 마구 찍으면 부가 늘까요. 안 늘어납니다. 빵이 10개인데 돈만 두 배로 풀면 빵값이 두 배가 될 뿐입니다. 이게 인플레이션이죠. 부는 그대로고 청구권의 숫자만 부풀린 겁니다. 돈을 찍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가난한 나라는 없었을 겁니다. 진짜 부는 빵·칩·집·지식·서비스처럼 사람이 실제로 원하고 쓰는 것이고, 돈은 그 위에 씌운 점수판입니다.

4. 그래도 손해 보는 쪽은 있다: 창조적 파괴

"누군가 줄었을 것"이라는 직관이 완전히 죽은 건 아닙니다. 부를 만드는 과정에 진짜 패자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바로 밀려나는 옛것입니다.

자동차가 나오자 마차 만드는 사람, 말 키우는 사람, 채찍 장인이 망했습니다. 사회 전체는 훨씬 부유해졌지만(이동이 빨라지고 싸졌으니까), 그 전환의 비용을 특정 집단이 집중적으로 떠안았습니다. 이걸 창조적 파괴라고 합니다. 새 가치가 헌 가치를 부수면서 들어오는 거죠. 스마트폰 하나가 디지털카메라·MP3·지도책·손전등 회사를 동시에 쓸어버린 것처럼요.

그래서 전체로는 플러스섬인데, 그 안에 국소적인 제로섬이 박혀 있습니다. 파이는 커지지만, 커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조각은 사라집니다. 기술 발전을 둘러싼 거의 모든 사회 갈등의 뿌리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AI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도 정확히 이 구조죠. 전체 생산성은 오르는데, 내 직업이 마차 채찍이 될까 두려운 겁니다. 1부에서 본 당신의 직관은, 나눠 갖는 게임에서는 여전히 옳습니다.

5. 부는 무한한가, 지구는 유한한데

그럼 부는 무한히 만들 수 있을까요. 지구의 원자 개수는 유한한데 말이죠. 1798년 토머스 맬서스가 우아한 절망을 발표했습니다. 인구는 기하급수로(2, 4, 8, 16) 느는데 식량은 산술급수로(1, 2, 3, 4)밖에 못 늘어, 반드시 인구가 식량을 추월해 기근이 온다는 논리였습니다.

논리는 깔끔한데, 그는 처참히 틀렸습니다. 1798년 이후 세계 인구는 약 10억에서 80억으로 여덟 배가 됐는데 1인당 식량은 오히려 늘었고, 기아 비율은 인류 역사상 최저입니다. 그가 놓친 건 하나입니다. 사람이 하나 더 태어나면 먹을 입도 하나 늘지만, 문제를 풀 뇌도 하나 는다는 것. 공기 중 질소로 비료를 만든 하버-보슈법(1909), 같은 땅에서 몇 배를 수확하게 한 노먼 볼로그의 녹색혁명(1960년대)이 그 뇌들의 작품입니다. 입만 세고 뇌를 안 센 게 맬서스의 오류였습니다.

더 반직관적인 핵심은 이겁니다. 무엇이 "자원"인지는 자연이 아니라 지식이 정합니다. 1800년대에 땅에서 솟는 검은 액체는 자원이 아니라 골칫거리였습니다. 정제해서 엔진에 태우는 지식이 생긴 순간, 석유는 쓰레기에서 자원으로 바뀌었죠. 석유 자체는 변한 게 없습니다. 우라늄도 100년 전엔 그냥 이상한 돌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구 자원은 유한하다"는 절반만 맞습니다. 물리적 원자의 수는 유한하지만, 그 원자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방법은 사실상 무한합니다. 같은 실리콘이 1950년엔 모래였고 지금은 AI를 돌리는 칩인 것처럼요.

그렇다고 한계가 없는 건 아닙니다. 진짜 벽은 세 곳에 있습니다.

열역학 에너지는 무에서 못 만들고 변환만 가능합니다. 절대적 한계지만, 태양이 1시간 쏟는 에너지가 인류 1년 사용량보다 많을 만큼 천장이 까마득합니다.
흡수 한계 한계는 캐는 쪽이 아니라 버리는 쪽에서 먼저 옵니다. 석유는 남았는데 그 배기가스를 대기가 흡수하는 능력이 한계입니다. 기후변화가 바로 이것이고, 진지하게 받아야 할 경고입니다.
시간 해법이 결국 온다는 게 제때 온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비료가 1809년에 안 나온 이유는 없지만, 안 나왔고 그 사이 사람들은 굶었습니다. 맬서스를 비웃되 너무 비웃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부는 "무한"이라기보다 "한계가 고정돼 있지 않다"가 정확합니다. 우리가 벽이라 여긴 곳을 지식이 계속 뒤로 밀어냈고, 진짜 벽은 대부분 아직 멀거나, 기후처럼 이제 막 부딪치기 시작한 참입니다.

6. 금과 비트코인은 왜 가치가 있나

여기서 빵집 원리가 흔들립니다. 지금까지 가치는 뭔가를 만들어서 생긴다고 했는데, 금은 땅에 묻혀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비트코인은 컴퓨터가 계산을 풀면 나오는 숫자일 뿐입니다. 빵 한 조각 굽지 않죠. 그런데 금은 수천 년간, 비트코인은 수천만 원에 거래됩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세상엔 두 종류의 자산이 있다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생산적 자산 (알 낳는 거위) 비생산적 자산 (그냥 물건)
주식·임대 부동산·채권. 스스로 이익·월세·이자를 뿜어냅니다. 그래서 "앞으로 낳을 알을 다 합치면 얼마"로 정당한 가격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빵집 원리가 적용되는 세계입니다. 금·비트코인·미술품. 아무것도 낳지 않습니다. 금괴를 100년 둬도 새끼 금괴가 안 생기고 보관비만 듭니다. 가치는 "다음 사람이 얼마에 사주느냐"에서만 옵니다.

워런 버핏은 금을 두고, 세상의 모든 금을 모으면 한 변 20여 미터의 정육면체가 되는데 그걸 쳐다보는 것 말곤 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거위가 아니라 그냥 금속 덩어리라는 거죠. 그럼 이건 환상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음 사람이 사줄 거란 믿음"이라고 하면 폰지사기 같지만, 금은 그 믿음이 5,000년간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면 환상이라기보다 인류의 거의 보편적인 합의에 가깝습니다.

금이 그 믿음을 얻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흔하지 않고(희소), 3,000년 전 금도 지금 반짝이며(부식 안 됨), 반으로 잘라도 가치가 유지되고(분할 가능), 내 1g이나 네 1g이나 똑같고(균질), 가짜를 만들기 어렵습니다(위조 곤란). 즉 금의 쓸모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부를 시간 너머로 안전하게 옮기는 그릇이라는 데 있습니다. 빵은 가치를 만들지만 내일이면 상하고, 금은 가치를 만들진 못해도 천 년을 보관해줍니다. 종류가 다른 효용이죠.

비트코인은 이 성질을 코드로 흉내 낸 디지털 모방품입니다. 발행량을 2,100만 개로 수학에 박아 희소성을 만들고, 디지털이라 부식되지 않으며, 1억분의 1까지 쪼개지고, 모든 코인이 동일하고, 블록체인 암호로 위조를 막습니다. 게다가 금이 못 하는 것도 합니다. 금괴 1톤을 외국에 보내려면 배와 경비가 필요하지만, 비트코인은 10분이면 지구 반대편으로 갑니다. 그래서 별명이 디지털 골드입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더 자세한 이야기는 비트코인과 세일러를 다룬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금은 5,000년의 신뢰가 있고 비트코인은 15년입니다. 금은 안 썩지만 비트코인은 전력망과 인터넷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둘 다 현금흐름이 0이라 "정당한 가격"을 계산할 닻이 없습니다. 주식은 이익으로 가치를 따지지만, 금과 비트코인은 순수하게 "남이 얼마 쳐주나"가 전부라 믿음의 부피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입니다. 비트코인이 1년에 반토막 났다 두 배가 되는 게 이 때문입니다.

두 부를 한 줄로 묶으면

부는 빼앗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고, 만드는 한 누구도 잃지 않고 모두가 더 가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 줄었을 것"이라는 직관은 나눠 갖는 게임에선 맞지만 만드는 게임에선 틀립니다. 1부의 주식이 부를 불리는 도구라면, 2부의 금은 그 부를 시간 너머로 지키는 도구입니다. 종류가 다르고, 둘 다 필요합니다. 만들기만 하고 못 지키면 인플레이션에 녹고, 지키기만 하고 못 만들면 영원히 늘지 않으니까요.

참고 자료

맬서스 인구론(1798), 하버-보슈법(1909)과 노먼 볼로그의 녹색혁명, 줄리언 사이먼의 '궁극의 자원' 논의, 워런 버핏의 금 비유(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경합재·비경합재 개념(경제학 일반). 역사적 사실과 통설을 바탕으로 정리했으며, 해석은 글쓴이의 것입니다.

이 글은 자산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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