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시장

원달러 1,560원. 근데 엔화 160엔 은 왜 그럴까 (17년 만 최고)

콩나물국밥 2026. 6. 7. 20:03

연휴가 끝난 목요일 아침, 환율 창을 열었더니 원·달러가 1,530.0원에 개장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정리하는 사이 환율은 더 올라, 6월 5일 하나은행 고시로 1,559.70원, 야간거래에선 장중 1,560원도 잠깐 넘어섰습니다. 2009년 3월 이후 17년 3개월 만의 레벨입니다. 옆 나라 사정을 보니 엔·달러도 다시 160엔 문턱이더군요. 한쪽은 17년 만의 약세, 다른 쪽은 개입 자금 11.7조 엔을 쓰고도 제자리. 두 통화가 동시에 이러는 이유를, 직접 그린 환율 차트와 관련 자료들을 한자리에 놓고 정리해 봤습니다.

원 / 달러
1,559.70원
▲ 25.70 (+1.68%) · 17년 만 최고
엔 / 달러
159.9엔
4월 말 이후 약 한 달 만의 고점

원·달러는 6월 5일 22:08 하나은행 고시 기준(야간거래 장중 1,560원 돌파), 엔·달러는 6월 4일 기준

1,560원이 어느 정도의 숫자인가

개장가 기준으로 1,530원을 넘은 것부터가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6월 5일엔 1,560원 가까이까지 올라왔습니다. 다만 정확히 해두면, 2009년 3월 장중 고점은 1,597원이었습니다. 그러니 "17년 만 최고"는 맞아도 그때 수준을 넘어선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눈에 띄는 기록은 따로 있습니다.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문 날이 2주를 훌쩍 넘겼는데, 이건 2009년 2~3월의 11거래일을 이미 넘어선 겁니다. 하루 이틀 튄 게 아니라 금융위기 때보다 더 오래 고환율에 잠겨 있다는 뜻이라, 저는 이 연속 기록이 1,560이라는 레벨 자체보다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2009년과 지금은 결이 다릅니다. 그때는 은행이 달러를 못 구해서 생긴 위기형 급등이었다면, 지금은 금리 차와 자금 흐름이 만든 구조적 약세에 악재가 얹힌 모양새입니다. 위기감은 그때보다 덜한데 빠져나갈 출구도 그만큼 안 보인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 나은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달러 환율 최근 1년 추이

차트 1. 원·달러 1년(ECB 고시 선). 6월 들어 가팔라졌고, 하나은행 야간 고시(★)는 1,559.70원. 위 점선은 2009년 3월 장중 고점 1,597원

1년을 펼쳐 놓고 보면 6월의 급등이 돌출이 아니라 계단의 마지막 칸이라는 게 보입니다. 1,357원에서 출발해 분기마다 한 단씩 올라온 모양새입니다. 위 차트의 선은 ECB 고시환율이라 6월 5일 1,540.9원에서 끝나는데, 같은 날 하나은행 실시간 고시(★)는 1,559.70원으로 더 높습니다. 고시 시점·기관에 따른 차이일 뿐, 방향은 같습니다.

당국도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닙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겠다고 구두개입성 발언을 냈고, 실제로 발언 직후 낙폭이 일부 줄기도 했습니다. 다만 달러를 풀어 방어하는 만큼 외환보유액 부담이 쌓이는 구조라, 개입은 시간을 버는 수단이지 방향을 바꾸는 수단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원화를 누르는 세 가지

① 중동, 다시 유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해지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켜졌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UAE 앞바다를 지나던 선박이 이란 측에 나포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

사진 1. 호르무즈 해협. UAE 앞바다에서 이란 수역으로 향한 선박 나포 지점 (외신 그래픽)

유가 흐름이 이게 원화에 왜 문제인지 보여줍니다. 브렌트유는 작년 한때 배럴당 60달러 아래까지 내려왔다가 최근 110달러대까지 되올라왔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5년 이른바 12일 전쟁에 이어 세 번째 스파이크입니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나라여서,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와 물가가 같이 나빠지고 그 부담이 환율로 모입니다.

유럽 천연가스와 브렌트유 장기 추이

사진 2. 유럽 천연가스(좌축)와 브렌트유(우축) 장기 추이. 맨 오른쪽이 이번 중동발 급등 (외신 차트)

여기에 통상 변수도 하나 추가됐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산 수입품에 12.5% 추가 관세 계획을 내놓으면서, 수출로 달러를 벌어 오는 경로에까지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유가는 나가는 달러를 늘리고 관세는 들어오는 달러를 줄이니, 원화 입장에선 양쪽에서 조이는 셈입니다.

② 내려올 줄 모르는 미국 금리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동결 중이고, 선물시장은 올해 안에 인하가 아예 없을 확률을 57%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 선물에 반영된 시장 가격일 뿐 확정된 건 아니지만, 작년까지 당연하게 깔려 있던 "어차피 내릴 금리"라는 전제가 사라진 것만으로 달러는 강해질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③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112조 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됩니다(언론 보도 기준). 6월 2일 하루에만 6.5조 원어치를 팔았는데, 하루 매도 규모로는 역대 세 번째라고 합니다. 판 주식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네이버 같은 AI·반도체 대형주에 몰려 있어서 지수도 같이 흔들렸습니다. 그 직후인 5일 코스피가 5.54% 빠진 건 직전 글에서 다룬 그대로입니다.

코스피 일일 등락률

사진 3. 코스피 일일 등락률. 맨 오른쪽 막대가 2024년 이후 최대 낙폭 (Bloomberg)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1,200억 달러를 넘는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교과서대로라면 달러가 이렇게 들어오는 나라의 통화는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가 집계한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답이 보입니다. 경상수지가 벌어들인 달러를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가 거의 그대로 들고 나갑니다. 서학개미와 기관의 미국 주식 매수가 연간 단위로 경상흑자와 맞먹는 규모가 된 거죠. 외국인이 판 돈에 우리가 내보낸 돈까지, 흑자국인데 통화가 약한 이유의 절반은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국제수지 추이

사진 4. 한국 국제수지(12개월 누적). 경상흑자(빨강)를 해외주식 투자(보라)가 거의 상쇄 (CFR, Brad Setser)

덧붙이면, 외국인 매도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국 시장 이탈이 아니라 대형주에서 코스닥 중소형주로 옮겨 가는 순환매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와중에 코스피 12개월 목표를 12,000으로 올렸습니다. 매도 헤드라인과 목표지수 상향이 같은 주에 나오는 게 요즘 시장입니다.

이 숫자가 남 얘기가 아닌 게, 환율이 오른 만큼 기름값·해외여행·직구·전자제품 가격이 같이 오릅니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장바구니로 넘어오기 때문에, 1,560원이라는 환율은 몇 달 뒤 생활비 고지서로 한 번 더 청구되는 셈입니다. 저처럼 미국 주식을 들고 있으면 계좌 평가액은 환율 덕을 보지만, 정작 돈을 쓰는 쪽에서 그만큼 되돌려 주고 있다는 걸 요즘 부쩍 체감합니다.

엔화는 금리를 올린다는데 왜 160엔인가

이쪽이 개인적으로 더 답답한 케이스입니다. 일본은행은 6월 15~1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코노미스트 3분의 2가 6월 인상을 예상하고, 시장 반영 확률은 96~97%까지 잡힌 집계도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는 나라의 통화라면 강해지는 게 보통인데, 엔화는 인상을 열흘 앞두고 오히려 160엔 앞까지 밀렸습니다.

달러엔 일봉 차트

사진 5. 달러·엔 일봉. 160 구간 저항과 200일 EMA 밴드, 줄어드는 거래량 (TradingView)

차트를 보면 지난여름 148엔 부근에서 출발해 꾸준히 160엔 구간(160 ZONE)까지 올라온 흐름입니다. 보라색 띠가 200일 EMA 밴드인데, 차트 작성자가 'battleground'라고 적어 둔 이 구간이 방향을 가르는 분기점입니다. 한 번 이 밴드 아래로 눌렸다가 다시 튕겨 올라 160엔에 바짝 붙었고, 아래쪽 150엔 구간(150 Zone)은 이미 멀어졌습니다. 하단의 거래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눈에 띄는데, 추격 매수가 몰려서가 아니라 팔 사람이 없어 떠밀리듯 오르는 그림에 가깝습니다.

엔화가 160엔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4년 여름에도 161엔대까지 갔다가 대규모 개입에 미국 침체 우려가 겹쳐 한참 되돌아갔었죠. 이번에 일본 당국은 4~5월에 11.7조 엔, 달러로 약 730억 달러를 쏟아부은 사상 최대 매수 개입으로 4월 말 156엔까지 눌렀지만, 그 효과가 한 달 만에 사라지고 다시 원위치입니다.

엔화가 안 서는 이유는 크게 셋으로 정리됩니다.

첫째, 올려도 격차가 큽니다. 1.0%가 되어도 미국(3.50~3.75%)과의 명목 금리 차는 2.5%포인트 이상이고, 일본의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권입니다. 엔을 싸게 빌려 달러 자산에 넣는 캐리 트레이드 입장에서는 아직 청산할 이유가 없습니다. 25bp 인상은 이미 가격에 다 들어가 있다는 게 더 큰 문제고요.

둘째, 통화정책보다 재정이 변수가 됐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확장 재정과 감세를 앞세우면서, GDP 대비 부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가 성장을 위해 빚을 더 내는 그림에 시장이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기금리가 올라도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 보유한 탓에 위험이 금리에 다 반영되지 못하고, 남은 부담이 통화 가치 하락으로 새어 나온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른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우려입니다.

셋째, 에너지 악순환은 일본도 같습니다. 엔이 약할수록 수입 에너지가 비싸지고,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그게 다시 엔을 누릅니다. 유가가 오른 지금 이 고리는 더 굵어졌습니다.

엔화 지폐와 하락 화살표

사진 6. 사상 최대 개입에도 다시 미끄러진 엔화. 올해만 같은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6월 인상이 나와도 엔화 반등은 인상 자체가 아니라 우에다 총재가 그다음 인상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시사하느냐에 달렸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점진주의를 고수하면 재료 소멸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더 밀릴 수 있다는 거죠. 금리를 올리는데 통화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지금 엔화가 처한 자리입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 7.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시장은 인상보다 다음 신호의 강도를 보고 있습니다 (외신)

겹치는 부분과 다른 부분

두 통화의 1년 변화율을 직접 계산해 한 장에 겹쳐 봤습니다.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는 1년 새 13.5%, 엔화는 11.6% 늘었습니다(ECB 고시 기준이며, 하나은행 실시간으로는 원화 절하폭이 더 큽니다).

원화와 엔화의 1년 절하율 비교

차트 2. 거의 한 몸처럼 움직였습니다. 벌어졌다가도 결국 다시 만납니다 (ECB 데이터로 직접 계산)

겹쳐 놓고 나서 저도 조금 놀랐는데, 두 선이 따로 노는 구간이 길지 않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원화가 상대적으로 버티는 듯했지만 5월에 따라잡더니 6월에는 오히려 앞질렀고, 4월 말 일본 개입 직후 엔화가 잠깐 강해진 것도 한 달을 못 갔습니다. 각자 사정이 달라 보여도 결국 같은 달러 강세 아래에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갈라 보면 이렇게 됩니다.

구분 원화 (1,560원) 엔화 (160엔)
공통 배경 미국 금리 3.50~3.75% 장기 동결에 따른 달러 강세, 중동발 유가 상승, 에너지 수입국 부담
고유 요인 외국인 주식 순매도 112조 원 + 내국인 해외주식 투자로 인한 달러 유출 확장 재정에 대한 신뢰 문제 + 캐리 트레이드, 실질금리 마이너스
당국 대응 구두개입 + 보유외환 동원 방어 11.7조 엔 실개입(효과 소진), 6월 금리 인상 예고
반등 조건 중동 진정, 외국인 수급 복귀 추가 인상 시사 또는 재정 긴축 신호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바닥에는 미국 국채 금리가 있습니다. 6월 4일 기준 10년물이 4.47%, 2년물이 4.05%까지 올라온 상태입니다. 2월 저점을 찍고 3월부터 만기 구분 없이 일제히 되올라온 모양인데, 미국 금리가 이 레벨에 머무는 한 달러를 이길 통화는 당분간 없다고 보는 게 솔직한 독해일 겁니다.

미국 국채 금리 추이

사진 8. 미국 국채 10년(검정)·5년(파랑)·2년(초록) 금리. 3월 이후 만기 구분 없이 동반 상승 (TradingView)

6월 중순이 분수령

6월 15~16일 일본은행 회의가 첫 관문입니다. 인상 자체보다 성명과 기자회견의 톤이 엔화의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슷한 시기 연준 회의도 잡혀 있어서, 점도표에서 인하 기대가 더 밀리면 1,560원과 160엔은 저항선이 아니라 통과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중동이 진정되고 일본은행이 매파적으로 나오면 달러 강세의 두 기둥이 동시에 흔들리는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어느 쪽이든 이달 중순에 갈림길이 하나 옵니다.

제가 따로 적어 둔 체크포인트는 세 개입니다. 호르무즈발 뉴스에 따른 유가, 6월 16일 우에다 총재 기자회견의 추가 인상 힌트, 그리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수로 돌아서는 날이 오는지. 셋 중 두 개가 풀리면 환율 글을 다시 쓸 일은 없을 것 같고, 하나도 안 풀리면 다음 이정표는 2009년 3월 장중 고점이던 1,597원입니다. 1,560원을 이미 봤으니 멀게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저는 미국 주식 계좌의 환차익이 평가손실을 가려 주는 화면을 보면서, 이게 수익인지 착시인지 잠시 헷갈렸습니다. 환율이 1,560원인 덕에 계좌가 버티는 거라면, 그건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만 내리고 창을 닫았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정리한 것으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환율과 금리 전망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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