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시장

“이러니 국장 돈이 다 빠지지”…스페이스X·엔스로픽 이어 오픈AI도 상장절차 돌입

콩나물국밥 2026. 6. 10. 21:45

오픈AI가 6월 8일(현지시간) 미국 SEC에 비공개로 IPO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기업가치 약 8,520억 달러, 올 4분기 상장 유력. 일주일 새 앤스로픽(9,650억 달러)과 스페이스X(1조 7,500억 달러)까지 합치면 약 3조 5,700억 달러가 미국 증시 입구에 줄을 섰습니다.

이 소식을 전한 기사 제목이 "이러니 국장서 돈이 빠지죠"였습니다. 과장 아닌가 싶어 반박할 생각으로 숫자를 다 더해봤는데, 더하고 나니 반박이 잘 안 됩니다. 오늘은 그 계산 과정입니다. 지난달에 셋이 동시에 상장하면 3조 달러가 증시를 빨아들인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땐 전망이었고 지금은 서류가 실제로 들어갔다는 게 다릅니다.

오픈AI 로고 앞에 선 샘 올트먼 CEO

사진 1. 샘 올트먼 오픈AI CEO. IPO 서류 제출과 같은 날 '3단계'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보도 사진)

열흘 사이에 벌어진 일: 3조 5,700억 달러의 줄서기

순서대로 깔아보면 이렇습니다. 6월 초 앤스로픽이 9,650억 달러 밸류로 비공개 IPO 서류를 냈고, 6월 8일 오픈AI가 8,520억 달러로 뒤따랐고, 6월 12일에는 스페이스X가 1조 7,500억 달러 몸값으로 상장합니다. 열흘 남짓한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스페이스X1조 7,500억 달러 · 6/12 상장
앤스로픽9,650억 달러 · 서류 제출
오픈AI8,520억 달러 · 서류 제출

차트 1. 셋의 기업가치 비교. 막대 길이는 스페이스X(1.75조 달러) 대비 비율. (보도 기준)

셋을 더하면 약 3조 5,700억 달러. 환율 1,530원으로 환산하면 5,400조 원이 넘습니다. 한국 1년 명목 GDP(약 2,400조 원대)의 두 배가 넘는 몸값이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미국 증시 앞에 줄을 선 겁니다. 이게 다 신규 조달액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과 대기 자금이 어디로 쏠릴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서로를 보는 시선입니다. 스페이스X 상장 서류에는 핵심 경쟁사로 오픈AI, 앤스로픽, 구글이 명시돼 있습니다. 로켓 회사가 AI 회사를 경쟁자로 적어낸 건데, xAI와 합병한 뒤라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셋은 같은 줄에 서 있으면서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입니다.

서류 세 장 나란히 놓고 보기

구분 오픈AI 앤스로픽 스페이스X
기업가치약 8,520억 달러약 9,650억 달러약 1조 7,500억 달러
진행 단계비공개 서류 제출, 4분기 목표비공개 서류 제출(일주일 먼저)로드쇼 완료, 6/12 상장
주관사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미공개공모가 135달러 단일가
돈 쓰는 곳모델 학습·인프라, 누적 조달 1,800억 달러 이상모델 학습·인프라스타링크·스타십, xAI 합병
덧붙일 것직원 보유 주식 공개매수 병행밸류가 셋 중 오픈AI보다 높게 보도됨서류에 경쟁사로 오픈AI·앤스로픽·구글 명시

개인적으로 표에서 제일 눈에 걸린 건 앤스로픽과 오픈AI의 순서입니다. 챗GPT 주간 사용자 9억 명을 가진 오픈AI보다 앤스로픽의 보도 밸류가 1,000억 달러 이상 높습니다. 사용자 수와 몸값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시장이 두 회사의 돈 버는 구조를 다르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공모가가 확정되고 거래가 시작돼야 알겠지만요.

오픈AI는 왜 지금 상장하나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는 9억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상장에 나선 이유는 결국 돈입니다. 지금까지 1,8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고도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들어가는 현금이 그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일관된 보도입니다. 프론티어 모델 경쟁은 매년 판돈이 커지는 게임이라, 비상장 상태의 조달만으로는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거죠.

이번 상장 추진에는 직원 주식 공개매수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8,520억 달러 밸류 기준으로 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팔 수 있게 해서 내부의 유동성 압박을 먼저 풀겠다는 건데, 오래 버텨온 직원들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동시에 상장 전에 가격표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절차상 남은 길도 정리해 둡니다. 비공개 제출은 SEC와 조용히 서류를 주고받으며 다듬는 단계입니다. 이후 서류가 공개로 전환되면 그때 공모가 밴드와 재무제표가 드러나고, 로드쇼를 거쳐 상장에 이릅니다. 4분기 상장이 목표라면 공개 전환과 실적 공개는 그보다 한 분기쯤 앞서 나올 가능성이 높고, 오픈AI의 진짜 손익을 시장이 처음 확인하는 순간도 그때가 될 겁니다.

한 가지 짚어둘 것. '비공개 제출'은 상장 확정이 아닙니다. 심사 과정에서 일정이 미뤄질 수도, 시장이 식으면 철회될 수도 있습니다. 4분기 상장은 현재로선 '유력'이지 '확정'이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 두겠습니다.

같은 날 나온 'Phase 3' 비전, IR로 읽기

서류 제출과 같은 날, 올트먼과 야쿠프 파초키 수석 과학자가 공식 블로그에 'Built to benefit everyone'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회사의 역사를 3단계로 나눴는데, AGI 연구에 매진한 1단계, 챗GPT로 제품 회사가 된 2단계를 지나 이제 경제 구조 자체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3단계라는 겁니다.

오픈AI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Built to benefit everyone 게시물 화면

사진 2. 6월 8일 오픈AI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Built to benefit everyone'. IPO 서류 제출과 같은 날입니다. (출처: 오픈AI 블로그)

내용 자체는 큽니다. AI를 1920년대 농촌에 보급된 전기에 비유했고, 2028년 3월까지 회사 연구의 상당 부분을 AI 시스템이 함께 수행하는 '자동화된 AI 연구자'를 만들겠다고 했고, 최종적으로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개인용 AGI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다 회사의 주장이고 검증은 불가능한 약속입니다.

저는 발표 시점이 내용만큼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상장 서류를 내는 날에 맞춰 나온 청사진이면, 이건 철학 에세이라기보다 사실상 투자설명서의 서문입니다. 실제로 글 안에는 투자자가 좋아할 만한 결정도 들어 있어요. 숏폼 영상 앱 소라(Sora) 같은 주변부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기업용 비즈니스와 코딩 도구 코덱스(Codex)에 집중하겠다는 부분. 꿈은 AGI로 팔고, 돈은 기업용으로 벌겠다는 구조가 그대로 보입니다.

안전 얘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자동차가 안전벨트와 교통 법규 덕에 보급됐듯 AI에도 '회복탄력성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면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국제기구를 거듭 주장했습니다. 경쟁사들이 전부 상장으로 실탄을 채우는 판에 속도를 늦추자는 기구 얘기를 같이 꺼내는 게 묘하게 들리긴 합니다만, 방향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장서 돈 빠진다"는 말의 실체

기사 제목으로 돌아갑니다. 저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는 자금의 물길 때문입니다. 한국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는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이고, 그 송금이 달러 수요가 되어 원·달러 환율을 1,555원까지 밀어 올린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거기에 스페이스X, 앤스로픽, 오픈AI라는 이름값 확실한 공모주가 연달아 미국 증시에 깔리면, 신규 자금이 코스피와 미국 IPO 중 어디로 갈지는 묻기 민망한 질문이 됩니다.

낯선 그림도 아닙니다. 2021년 쿠팡이 코스피 대신 뉴욕 증시로 직행했을 때도 비슷한 한탄이 나왔습니다. 그때는 한국 회사가 상장지를 옮긴 거였다면, 지금은 한국 투자자의 돈이 상장지를 옮겨 다니는 중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돈은 한 번 옮겨 다니는 법을 배우면 잘 잊지 않습니다.

다만 균형은 잡아두겠습니다. 국장 자금 이탈이 전부 이 IPO들 때문은 아닙니다. 코스피는 올해 신고가를 갈아치운 시장이고, 빠지는 돈의 상당수는 수익 실현과 분산 차원의 이동입니다. 제 생각에 정확한 표현은 "국장이 망해서 돈이 빠진다"가 아니라 "더 큰 구경거리가 생겨서 시선이 옮겨간다"에 가깝습니다. 시선이 오래 머물면 돈도 오래 머물게 되는 게 문제일 뿐이죠.

한국 개미가 할 수 있는 것과 체크포인트

현실적인 얘기로 마무리합니다. 미국 IPO 공모주 청약은 국내 개인이 사실상 참여할 수 없습니다. 선택지는 상장 후 시장에서 직접 사거나, 지수 편입을 기다리는 것 정도입니다. 나스닥100은 작년에 규칙이 바뀌어 대형 신규 상장사의 조기 편입이 가능해졌고, 그 구조는 나스닥100 편입 규칙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스페이스X처럼 ETF로 우회하는 경로는 국내 우주 ETF 편입 시점 글에서 다뤘고, 로드쇼 서류 분석은 스페이스X 로드쇼 글에 있습니다.

6/12 스페이스X 첫날 성적. 셋 중 첫 주자라 나머지 둘의 공모 분위기를 좌우할 시금석
오픈AI·앤스로픽 S-1 공개 전환 시점과 공모가 밴드, 실적 공개 내용
상장 후 나스닥100 조기 편입 여부(국내 나스닥100 ETF 보유자는 자동으로 노출됨)
원·달러 환율. 해외 청약·매수 자금이 몰리는 구간마다 환율 부담이 같이 커짐

제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셋의 비전은 각각 우주와 AGI인데, 투자자 입장에서 비전과 손익계산서는 별개의 문서입니다. 특히 오픈AI는 사용자 9억 명과 연 단위 적자가 공존하는 회사라, S-1이 공개돼 실제 숫자를 보기 전까지는 밸류 8,520억 달러가 싼지 비싼지 판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일단 금요일 스페이스X 첫날을 보고, 나머지 둘은 서류가 공개되면 그때 숫자로 다시 쓰겠습니다.

국장 걱정으로 시작한 글인데 결론은 결국 구경이네요. 5,400조 원짜리 줄서기는 처음 봐서요. 제 돈은 아직 어느 줄에도 안 서 있다는 게 다행인지 아쉬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참고 자료

· CNBC, 오픈AI 비공개 IPO 서류 제출 보도 (2026.06.08, 현지시간)
· 매일경제, "스페이스X·앤스로픽 이어 오픈AI도 상장절차 돌입" (2026.06.09)
· OpenAI 공식 블로그, "Built to benefit everyone: our plan" — 샘 올트먼·야쿠프 파초키 (2026.06.08)
· 스페이스X 상장 관련 로드쇼 자료 및 보도 (2026.06)
· 본 블로그, 스페이스X·오픈AI·앤스로픽 동시 상장 전망 글(/34) 및 후속 글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기업가치·일정 등은 작성 시점의 보도 기준이며 심사 과정에서 변경되거나 철회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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