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시장

네 마녀의 날엔 하락? 오늘인데 어떻게 하나요?

콩나물국밥 2026. 6. 11. 08:14

오늘(6월 11일)은 코스피200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선물·옵션 만기가 겹치는 네 마녀의 날입니다. 정말 떨어지는 날인지, 최근 5년 20번의 기록과 2010년 옵션쇼크까지 꺼내서 따져봤습니다.

캔들 차트 배경 위로 빗자루를 탄 마녀 셋이 날아가는 네 마녀의 날 포토 일러스트

사진 1. 캔들 차트 위를 나는 마녀들. 출처: 브리태니커 머니(Britannica Money) 포토 일러스트, © pe3check·TSViPhoto/stock.adobe.com

아침에 시황 기사를 열었더니 제목마다 같은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네 마녀. 지난주 8,800선까지 갔던 코스피가 고환율과 차익실현에 8,100대로 밀려 있고, 외국인은 한 달 넘게 파는 중이고, 내일은 스페이스X 나스닥 상장까지 잡혀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주간에 만기일까지 겹쳤으니 "변동성 주의" 기사가 쏟아질 만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름을 들을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마녀라는 별명까지 붙은 날인데, 실제 성적표는 어떨까. 그래서 오늘은 재판을 한번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혐의는 "시장을 떨어뜨린다", 증거는 2010년의 그 사건과 최근 5년 치 통계입니다.

피고인 소개: 네 마녀가 누구길래

네 마녀의 날은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가 같은 날 한꺼번에 돌아오는 날입니다. 영어로는 쿼드러플 위칭데이(Quadruple Witching Day). 한국 기준으로 그 넷은 이렇습니다.

마녀 하는 일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에 베팅
코스피200 옵션 지수의 방향과 변동성에 베팅
개별주식 선물 특정 종목의 방향에 베팅
개별주식 옵션 특정 종목의 방향과 변동성에 베팅

한국은 매년 3·6·9·12월 둘째 주 목요일, 1년에 네 번입니다. 올해는 3월 12일, 오늘 6월 11일, 9월 10일, 12월 10일이 그날입니다.

이름은 무섭지만 본질은 심심합니다. 파생상품은 "특정 시점까지"라는 단서가 붙은 약속이고, 만기일은 그 유통기한이 끝나는 날입니다. 끝나는 약속은 정리(청산)하거나 다음 만기로 갈아타면(롤오버) 그만입니다. 평소엔 상품마다 만기가 흩어져 있어 충격이 분산되는데, 이날은 넷이 한날한시에 몰려 정리 물량도 한꺼번에 쏟아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만기가 왔다고 기업 가치가 깎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범행 수법: 출렁임은 마감 10분에 나온다

그래도 만기일에 시장이 출렁이는 건 사실입니다. 범인은 마녀가 아니라 프로그램 매매입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선물·옵션과 현물 주식을 한 묶음으로 굴립니다. 만기가 오면 두 포지션을 동시에 정리해야 하는데, 사람이 종목을 하나씩 누르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수백~수천 종목을 바구니째 사고파는 바스켓 거래로 처리합니다. 문제는 이 주문이 시간상 한 점에 몰린다는 것. 특히 장 마감 직전 10분, 오후 3시 20분부터 3시 30분까지의 마감 동시호가 구간에 물량이 집중됩니다.

명절 고속도로가 막히는 이유와 같습니다. 차가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은 시각에 같은 길로 나와서 막히는 겁니다. 그래서 이날의 출렁임은 기업 실적이나 가치와 무관한 기계적 수급입니다. 삼성전자가 갑자기 나빠져서 내리는 게 아니라, 만기 정산 물량이 일시에 소화되며 호가가 밀리고 당겨지는 기술적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전과 기록: 2010년 11·11 옵션쇼크

그럼 마녀의 악명은 어디서 왔느냐. 한국 파생 만기일 역사에서 가장 극단적인 사건, 2010년 11월 11일 옵션쇼크입니다. 빼빼로 데이였고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던 날이라 분위기는 오히려 들떠 있었습니다. 장중 코스피도 상승세였습니다.

2010년 11월 11일 일어난 일
장중 내내 코스피 상승세, "심각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
마감 동시호가
(당시 14:50~15:00)
도이치증권 창구 한 곳에서 약 2조 4천억 원 프로그램 순매도
10분 뒤 코스피 53포인트(약 2.7%) 급락 마감. 콜옵션은 휴지가 되고 일부 풋옵션은 수백 배
드러난 사실 도이치 측은 보유 국내 현물의 약 97%를 한 번에 처분. 쇼크 직전 풋옵션을 미리 사 둬 약 448억 원 차익(홍콩지점 약 436억+한국 약 12억)
2011년 8월 검찰,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임직원 4명 기소·차익 448억 원 압수. 이후 손해배상 소송 장기화

정확히 해두면 이날은 11월의 월별 옵션 만기일이라, 3·6·9·12월의 네 마녀의 날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만기일+동시호가+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라는 작동 방식은 똑같아서, 만기일 공포의 원형이 된 사건입니다. 중요한 건 이게 시장의 자연스러운 발작이 아니라 사람이 설계한 시세 조종이었고, 이후 한국거래소가 동시호가와 프로그램 매매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입니다. 이런 인위적 충격은 지금은 제도적으로 훨씬 통제되고 있습니다.

증거 재검토: 20번 중 13번은 올랐다

2010년이 워낙 강렬해서 "만기일=무서운 날"이라는 인상이 박혀 있지만, 데이터는 반대를 가리킵니다. 문화일보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네 마녀의 날 20번을 전수 분석한 결과입니다(2026년 3월 12일 보도).

최근 5년 네 마녀의 날, 코스피 등락 (20회)

상승 13번 하락 7번

코스닥도 똑같이 13승 7패. 상승 확률 65%, 평균 등락률은 코스피 +0.61%, 코스닥 +0.65%.

방향만 그런 게 아닙니다. 변동성도 평범한 날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코스피 · 네 마녀의 날 1.03%
코스피 · 일반 거래일 1.28%
코스닥 · 네 마녀의 날 1.12%
코스닥 · 일반 거래일 1.56%

일별 등락률의 표준편차(2021~2025). 막대 길이는 2.0% 기준 비율. 자료: 문화일보 분석

통념 두 개가 한 번에 깨집니다. "만기일엔 떨어진다"는 말과 달리 5년간 65%는 올랐고 평균도 플러스였습니다. "만기일엔 크게 출렁인다"는 말과 달리 변동성은 보통 날보다 낮았습니다. 만기일은 폭풍이 아니라 대청소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청소하는 날 집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최근 네 번의 만기일에 있었던 일

구체적인 날짜로도 확인해 봅니다. 직전 1년의 네 마녀의 날 네 번입니다(언론 보도 기준).

날짜 코스피 그날의 진짜 주인공
2025년 6월 12일 +0.45% 별 탈 없이 통과
2025년 9월 11일 +0.90% 만기일에 사상 최고치 경신(3,344.20)
2025년 12월 11일 -0.59% 상승 출발 후 하락 전환. 이날은 FOMC 결과와 지수 정기변경(리밸런싱)까지 겹친 날
2026년 3월 12일 무난히 통과 시장을 흔든 건 만기가 아니라 이란 사태와 국제유가

패턴이 보입니다. 만기일에 시장이 크게 움직였다면 원인은 대개 만기가 아니라 그날 따로 터진 뉴스였습니다. 12월엔 FOMC와 리밸런싱이, 3월엔 이란발 유가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유가와 환율이 시장을 흔드는 구조는 원·달러 1,555원 원인 글에서, "만기 아닌 뉴스가 방향을 만든다"의 미국판 사례는 브로드컴 급락 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만기는 변동성을 약간 증폭시키는 스피커일 뿐, 방향을 정하는 작곡가가 아닙니다.

판결: 오늘 우리가 할 일

장기 투자자 기준으로 판결문은 짧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오후 3시 20분에 호가창을 열어 두고 지켜보지 않기. 동시호가의 출렁임을 생중계로 보면 불안만 커지고, 그 불안이 잘못된 매도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둘째, 떨어져도 공포 매도는 하지 않기. 이날의 하락은 기업 가치 훼손이 아니라 기계적 수급이라, 정리 물량이 소화되면 며칠 안에 제자리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포에 팔면 남이 일으킨 일시적 출렁임에 내 주식을 헐값으로 넘기는 셈입니다. 셋째, 적립식이라면 일정 그대로 가기. 만기일이라고 루틴을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단기 트레이더라면 한 가지만. 만기일 동시호가 구간은 기술적 분석이 잘 통하지 않는 기계적 수급의 영역이라, 굳이 이날 새 포지션을 여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은 외국인이 한 달 넘게 순매도를 이어온 데다(5월 7일~6월 9일 누적 약 67조 8천억 원, 보도 기준) 내일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대기 자금까지 어수선해서, 마감 무렵 수급이 평소 만기일보다 시끄러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 봐야 위 통계의 범위 안에서의 시끄러움일 가능성이 높지만요.

한 줄 요약: 네 마녀의 날의 출렁임은 일상적인 대청소다. 겁먹고 파는 쪽이 손해를 보고, 차분히 기다리는 쪽이 이긴 게 지난 5년의 기록이다.

덤: 미국은 마녀가 셋으로 줄었습니다

재미있는 역설 하나로 마칩니다. '네 마녀'라는 말은 지금 미국보다 한국에 더 잘 맞습니다. 미국의 네 번째 마녀였던 개별주식 선물은 전담 거래소 원시카고(OneChicago)가 2020년경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퇴장했고, 그래서 미국은 요즘 다시 트리플 위칭(세 마녀)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개별주식 선물이 멀쩡히 살아 있어서 넷이 온전히 겹치는, 진짜 네 마녀입니다.

구분 한국 미국
명칭 네 마녀(쿼드러플), 진짜 4개 트리플 위칭으로 회귀(3개)
만기일 3·6·9·12월 둘째 주 목요일 3·6·9·12월 셋째 주 금요일
2026년 날짜 3/12 · 6/11(오늘) · 9/10 · 12/10 3/20 · 6/19 · 9/18 · 12/18
물량 집중 구간 장 마감 동시호가(15:20~15:30) 장 마감 직전 마지막 1시간

미국도 만기일엔 거래량이 크게 붑니다. 올해 3월 만기일에는 약 4조 7천억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이 동시에 만기를 맞았다는 집계가 있었습니다(현지 보도 기준). 그래도 방향성은 뚜렷하지 않고, 거래량만 많고 등락은 엇갈리는 평균회귀형 흐름이 일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결론은 한국과 같습니다. 시끄럽지만, 무섭지는 않다.

판결을 정리하면 무죄, 정확히는 "악명에 비해 증거 불충분"입니다. 다만 오늘 오후 3시 20분에 슬그머니 호가창을 열어 볼 제 검지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해 둡니다. 통계를 다 알고도 들여다보는 게 개미의 본능이라서요.


참고 자료: 문화일보 "네 마녀의 날엔 증시 하락? 20번 중 13번은 올랐다"(2026.3.12, 2021~2025 전수 분석), 뉴시스 12월 선물옵션 만기일 보도(2025.12.11), 파이낸셜뉴스 코스피 사상 최고 보도(2025.9.11), 머니투데이 주간 전망(2026.6.7)·뉴스핌 스페이스X D-1 수급 보도(2026.6.10), 11·11 옵션쇼크 관련 언론 보도·판결 기록 종합, 미국 트리플 위칭 자료(OneChicago 폐쇄·2026년 3월 만기 규모).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이나 시점의 매매를 권유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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