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시장

13조 뿌린 소비쿠폰, 물가·환율만 올렸을까 — 정말 효과가 있었을까?

콩나물국밥 2026. 6. 11. 15:16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들어간 돈은 13조 5,220억 원입니다. 한국은행이 6월 10일 낸 평가 보고서(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이 돈이 만든 새로운 소비는 약 2조 8,000억 원, GDP 기여는 +0.12%p였습니다. "물가와 환율만 올린 것 아니냐"는 흔한 비판까지 포함해서, 1년 치 데이터로 이 정책의 성적표를 따져봤습니다.

먼저 제 입장을 밝히고 시작하는 게 맞겠습니다. 저는 돈 뿌리는 정책을 줄곧 반대해 온 쪽입니다. 솔직히 반대를 넘어 혐오에 가까웠어요. 물가 올리고 환율 올리고 빚만 남기는 정책이라고 생각했고, 25만 원을 받으면서도 그 생각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뿌리고,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량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고, 요즘은 고유가 지원금 같은 다음 지원금 얘기까지 나옵니다.

그래서 이 성적표가 보고 싶었습니다. 제 반대가 데이터로 정당화되는지, 아니면 제가 틀린 부분이 있는지. 비판하는 쪽이 흔히 거는 혐의 두 개, '물가 상승'과 '환율 약세'를 재판하듯 따져보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이 됐는지까지 가보겠습니다. 미리 말하면, 채점 결과는 제 예상과 절반쯤 달랐습니다.

성적표 요약: 13.5조를 넣어 2.8조를 만들었다

정책 개요부터. 2025년 7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전 국민(2차는 소득 상위 10% 제외)에게 1인 최대 55만 원이 지급됐고,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쓸 수 있었습니다. 편성 13조 9,000억 원 중 13조 5,220억 원이 실제 집행됐습니다(집행률 97.3%). 신청률은 18일 만에 95%를 넘었고 소진율은 98~99%. 받는 것과 쓰는 것까지는 완벽하게 작동한 정책입니다.

문제는 그 소비가 '새로운 소비였느냐'입니다. 한국은행이 6개 카드사 빅데이터와 설문으로 추정한 한계소비성향(MPC)은 0.20. 쿠폰 100원을 받으면 20원만 추가 소비가 되고, 나머지 80원은 어차피 했을 소비를 대체했다는 뜻입니다. 장 볼 돈을 쿠폰으로 내고, 원래 쓸 현금은 통장에 남은 거죠.

새 소비 약 2.8조 기존 소비 대체 등 약 10.7조

차트 1. 집행액 13.5조 원의 행방 (한국은행 추정 기준. 신용카드 지급분 9.1조 대비로는 30.9%, 전체 대비 약 21%)

이 돈이 GDP를 끌어올린 폭은 +0.12%p(방법론에 따라 0.07~0.15%p). 효과의 시간도 짧았습니다. 사용액의 76.7%가 지급 4주 안에, 93.6%가 8주 안에 소진됐고, 소비쿠폰이 받친 3분기 GDP가 전기비 +1.3%로 3년 9개월 만의 최고를 찍은 뒤 4분기는 -0.2%로 되돌아갔습니다.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고 짧았다는 게 숫자의 첫인상입니다.

혐의 1 — 물가: 시계열이 말하는 무죄

"돈을 뿌리면 물가가 오른다"는 직관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월별 물가를 깔아 보면 순서가 어긋납니다.

7월 (1차 지급 시작)2.1%
8월 (지급 한복판)1.7% · 연중 최저
9월 (2차 지급)2.1%
10월 (사용 종료기)2.4%
12월2.3% · 석유류 +6.1%

차트 2. 2025년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비). 연간으로는 2.1%, 5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국가데이터처)

쿠폰이 집중적으로 풀린 8월에 물가가 연중 최저(1.7%)였고, 물가가 반등한 건 쿠폰 사용이 대부분 끝난 4분기입니다. 그리고 그 4분기 상승의 주동인은 수요가 아니라 비용이었습니다. 12월 석유류가 6.1% 뛰었는데(경유 10.8%), 국제유가는 오히려 내린 해였으니 범인은 환율입니다. 연평균 두바이유는 79.6달러에서 69.9달러로 내렸는데 연평균 환율이 1,364원에서 1,422원으로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밀어 올렸어요.

규모로 봐도 그렇습니다. 13.5조 원은 연간 민간소비(약 1,100조 원)의 1.2%이고, 그중 진짜 새 소비는 0.25%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 수요로 물가를 끌어올리려면 다른 모든 게 멈춰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소비쿠폰이 물가를 올렸다'는 혐의는, 2025년 데이터 기준으로는 무죄에 가깝습니다.

혐의 2 — 환율: 직접 무죄, 간접 집행유예

환율도 시간표가 어긋납니다. 쿠폰이 풀리던 7~9월 원화는 1,360~1,390원대로 오히려 강세였고, 1,420원을 넘어선 건 10월, 1,467원은 12월입니다. 쿠폰이 끝난 다음에 환율이 뛴 거죠.

7~9월쿠폰 집중 지급기. 원화 1,360~1,390원대 강세
10~12월쿠폰 종료 후. 1,424원 → 1,467원으로 약세 본격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은 상승분의 4분의 3이 달러 강세·엔 약세·지정학 같은 대외 요인, 4분의 1이 국내 수급이라는 것이었고, 국내 요인의 핵심으로는 재정이 아니라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지목했습니다. 이 수급 구조는 원·달러 1,555원 원인 7가지에서 자세히 다뤘는데, 그 글의 목록에도 '소비쿠폰'은 들어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완전 무죄는 아닙니다. 간접 경로가 하나 있어요. 금리 인하와 확장재정이 같이 가면서 통화량(M2)이 8.5% 늘었고(미국의 약 2배), 이게 원화 가치를 누르는 보조 압력이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M2 증가는 과거 누적 유동성의 영향이고 새로 풀린 유동성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해명이 다 미덥지는 않습니다. 발권력을 가진 기관이 재정의 통화 효과를 작게 말할 유인은 늘 있으니까요. 다만 제 의심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도 없습니다. 13.5조의 재원이 대부분 적자국채였다는 점에서 '재정이 돈을 풀어 원화를 무겁게 했다'는 의심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직접 증거는 없고 정황만 있는, 집행유예쯤 되는 판정입니다.

흥미로운 반대 증거도 있습니다. 나라가 돈을 막 풀어서 신용이 흔들렸다면 국가 CDS 프리미엄이 올랐어야 하는데, 2025년 CDS는 4월 49.6bp에서 9월 17.5bp로 내려가 연중 최저를 찍었습니다. 환율이 1,500원을 향해 가는데 부도 보험료는 떨어지는 디커플링. 시장은 한국의 재정 신용이 아니라 달러 수급을 보고 원화를 판 겁니다.

그래서 효과는: 0.20이냐 0.43이냐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기관마다 답이 다릅니다. 같은 정책을 놓고 추정치가 두 배 차이 납니다.

기관 추정 효과 측정 방식
한국은행 (6/10)MPC 0.20 · 새 매출 2.8조 · GDP +0.12%p전체 13.5조 대상, 카드 빅데이터+설문
KDI (2025.10)MPC 0.425 · 6주간 매출 +4.93%신용·체크카드 약 5조 분만 대상
조세재정연구원 (2026.5)1원당 0.433원 · 순매출 5.86조소상공인 매출 기준, 회수엔 25년 10개월

차이의 상당 부분은 어디를 재느냐에서 옵니다. 한은은 13.5조 전체를 분모로 놓고 보수적으로, KDI·조세연은 카드 지급분이나 소상공인 매출 같은 좁은 분모로 측정했습니다. 13.5조를 넣어 2.8조를 만들었느냐(한은), 5.86조를 만들었느냐(조세연). 어느 쪽이든 들어간 돈보다 새로 생긴 소비가 한참 작다는 결론은 같습니다.

디테일에는 명암이 있습니다. 비수도권 매출은 +6.37%로 효과가 뚜렷했는데 수도권은 -0.04%로 사실상 없었습니다. 잡화점(+8.32%)·대중음식점(+5.84%)이 웃는 동안 학원(-9.25%)과 병의원(-5.91%)은 오히려 줄었어요. 쿠폰 사용처에서 빠진 업종에서 쿠폰 되는 업종으로 소비가 이동한 흔적입니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MPC(1분위 0.25)가 고소득층(5분위 0.17)보다 높았다는 것. 같은 돈이라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일을 더 한다는, 정책 설계상 제일 중요한 발견이 여기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직접적인 답은 조세재정연구원 수치에 있습니다. 취약계층 밀집 지역의 소비 전환율은 72.6%로 전국 평균(34.7%)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평균으로 보면 80원이 통장에 스며든 정책인데, 형편이 어려운 동네에서는 받은 돈의 7할이 실제 소비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공돈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생활비였던 거죠. 이 정책의 효과가 평균값이 아니라 분포에 있다는 게, 채점하면서 제 생각이 가장 많이 움직인 지점입니다.

진짜 청구서: 적자국채 19.8조

물가·환율이 아니라면 이 정책의 비용은 어디 있느냐. 국채 시장에 있습니다. 소비쿠폰이 담긴 2차 추경 31.8조 원 중 약 19.8조 원이 적자국채로 조달됐고, 국가채무비율은 2025년 49.1%, 2026년에는 51.6%로 처음 50%를 넘을 전망입니다. 조세연은 이 재정이 세수로 회수되는 데 25년 10개월이 걸린다고 추정했습니다(소멸성 지출을 투자 회수 논리로 재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만).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의 규모는 사실 조심스러운 편이었습니다. 미국은 2021년 1조 9,000억 달러짜리 부양책을 포함한 돈 풀기 끝에 2022년 물가 9.1%를 봤지만, 그건 GDP 대비 한 자릿수 퍼센트의 돈을 부은 경우고요. 13.5조 원은 한국 명목 GDP(2,676.7조 원)의 0.5%입니다. 대만이 2009년 전 국민 상품권으로 GDP 0.66~1%p 효과를 봤다는 추정과 비교해도, 한국의 0.12%p는 '크게 지르지도, 크게 얻지도 않은' 자리에 있습니다.

판결 정리와 앞으로 볼 것

혐의·질문 데이터 기준 판정
물가를 올렸다기각. 지급기 물가 연중 최저, 4분기 상승은 고환율발 석유류
환율을 올렸다직접 기각, 간접 보류. 지급기 원화 강세. 단 M2 증가 경로의 보조 압력 분석은 존재
효과가 있었다있었으나 작고 짧았다. GDP +0.12%p, 효과의 9할이 8주 안에 소멸
비용은 없었다기각. 적자국채 19.8조, 채무비율 첫 50% 돌파 전망으로 남음

반대하던 사람으로서 정직하게 채점하면 이렇습니다. 제가 믿었던 혐의 중 물가는 틀렸고, 환율은 절반쯤 틀렸습니다. 쿠폰이 환율을 올린 게 아니라, 이미 오르던 환율 속에서 쿠폰이 뿌려진 것에 가까웠어요. 반대로 제가 맞았던 부분도 있습니다. 효율은 처참합니다. 100원을 줘서 20원어치 새 소비를 샀고, 그 20원도 두 달이면 사라졌고, 영수증은 적자국채로 남았습니다. "정말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그래서 둘로 갈립니다. 전 국민 보편 지급으로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분위와 비수도권, 취약계층 동네로 한정하면, 거기서는 분명히 일을 한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오는 고유가 지원금류의 다음 돈 풀기를 보는 기준도 정해졌습니다. 또 전 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살포하면 그건 이 성적표에서 아무것도 안 배운 겁니다. 반대로 MPC 높은 쪽을 골라 차등 지급하면, 적어도 13.5조에서 2.8조를 건지는 장사보다는 나은 설계가 가능하다는 게 이번 데이터의 결론입니다. 저는 여전히 뿌리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반대의 근거를 "물가·환율 올린다"에서 "효율이 낮고 빚이 남는다"로 바꾸게 됐습니다. 반대를 하더라도 맞는 이유로 해야 하니까요.

앞으로 볼 것도 적어둡니다. 근원물가가 가속하면 수요 압력 판정은 재심이 필요하고, 환율과 CDS가 같이 오르기 시작하면(CDS 30bp대 복귀) 그때는 재정 신용이 의심받는다는 신호입니다. 지금은 그 단계가 아니라는 게 이 글의 결론이고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이 고환율에 묶여 있다는 얘기는 7월 인상 가능성 글에서 이어집니다.

제가 받은 25만 원도 결국 어차피 살 것들 옆에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새 소비는 한 푼도 안 만들었을 거예요. MPC 0.20을 끌어내린 표본이 바로 여기 있었네요. 그렇게 혐오하던 정책의 성적표를 채점해 보니 절반은 제가 맞고 절반은 데이터가 맞았다는 것, 그게 이번 글의 결론입니다.


참고 자료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6-13호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제적 효과 평가' (2026.06.10)
· 한국은행, 2024년 국민계정(확정) 및 2025년 국민계정(잠정) (2026.06.09)
· KDI, 소비쿠폰 1차 지급 효과 분석 (2025.10.01)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책 세미나 발표 (2026.05.07)
· 국가데이터처,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2026.01)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금통위 기자간담회 발언 (2026.01)
· 기획재정부, 2025년 2차 추가경정예산 (2025.07.04 국회 통과)
· 언론 보도 종합 (서울경제·경향신문·아주경제 외, 2025.06~2026.06)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의 정책 데이터 정리이며 특정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GDP·MPC 등 추정치는 방법론에 따라 범위가 넓어(GDP +0.07~0.15%p 등) 점추정치는 대표값으로만 읽어야 하며, 동시기의 전기차 보조금·의료 소비 회복 등 교란 요인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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