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7.68% 내린 6월 8일, 주가를 2배로 따라가야 할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거꾸로 49.70% 올랐습니다. 괴리율은 86~90%. 다음 날 주가가 15.91% 반등하자 이번엔 ETF가 27% 내렸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레버리지 3종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적출했고 금융당국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다쳤는지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상장일에 이 상품군을 정리하면서 음의 복리와 변동성 얘기까지는 적었는데, '기초자산과 반대로 움직이는 ETF'는 솔직히 시나리오에 없었습니다. 2배짜리가 0배도 아니고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는 건 레버리지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 결정 구조의 문제거든요. 이번 사건은 후자였습니다.
목차
1. 사고 일지: 거꾸로 간 이틀
2. 동시호가의 구멍: LP가 자리를 비우는 10분
3. 숫자로 본 피해: 누가 얼마나 다쳤나
4. 투자유의 지정과 당국 조사
5. 골드만이 경고했던 '가속기'
6. 이 사건에서 가져갈 것
사고 일지: 거꾸로 간 이틀
| 6.5 (금) | 미국 고용 쇼크에 나스닥 -4.2%. 코스피도 -5.54% 급조정 시작 |
| 6.8 (월) | SK하이닉스 -7.68%. 그런데 ACE 레버리지 ETF는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49.70%, 30,000원 마감. NAV 대비 괴리율 86~90%. 밤 9시 거래소가 3종을 투자유의 적출 |
| 6.9 (화) | SK하이닉스 +15.91%(221만 5,000원), 코스피 +8.18%(8,096.93) 반등. ETF는 장중 한때 -40%, 종가 -27.03%(21,891원)로 거품 수렴 |
| 6.10 (수) | 금융당국 조사 착수 보도(외신). 투자자들에게 고평가 상품 매수 자제 경고 |
기초자산과 ETF의 방향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보입니다.
| 6.8 SK하이닉스 | -7.68% |
| 6.8 ACE 2배 ETF | +49.70% · 이론값은 -15.4% |
| 6.9 SK하이닉스 | +15.91% |
| 6.9 ACE 2배 ETF | -27.03% · 이론값은 +31.8% |
차트 1. 기초자산과 ETF의 일일 등락 비교. 이틀 다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KRX·보도 종합)
동시호가의 구멍: LP가 자리를 비우는 10분
ETF 가격이 적정가치(NAV) 근처에 붙어 있는 건 자연법칙이 아니라 유동성공급자(LP)가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LP는 정규장 동안 NAV 부근에 매수·매도 호가를 깔아둘 의무가 있고, 그래서 평소 괴리율은 1% 안쪽에서 움직입니다. 그런데 장 마감 동시호가(15:20~15:30)에는 이 의무가 면제됩니다.
| 1 | 15:20, 동시호가 시작. 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풀리고 호가창이 얕아짐 |
| 2 | 급락장에 "내일 반등"을 노린 시장가 매수 주문이 레버리지 ETF로 몰림 |
| 3 | 시장가 주문은 가격을 안 따짐. 얕은 호가창에서 위쪽 매도 물량을 차례로 집어삼키며 체결가가 수직 상승 |
| 4 | 15:30, 그 왜곡된 가격이 그대로 '종가'가 됨. 기초자산 -7.68%인 날 ETF +49.70% 확정 |
"장 마감 직전, 유동성 공급자가 호가를 제공할 의무가 없는 시간대에 LP의 매도·매수 호가 스프레드가 확대됐고, 투자자들이 시장가로 제출한 매수 주문이 체결되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 한국투자신탁운용 입장문 (보도 인용)
왜 하필 이 상품군에서 터졌는지도 짚어둘 만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가격제한폭이 ±60%(기초자산 ±30%의 2배)라 일반 ETF보다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 자체가 깁니다. 상장 2주 차 신생 상품이라 호가창에 쌓인 물량도, 참여하는 LP의 층도 얕았고요. 넓은 제한폭, 얕은 호가창, 의무 면제 시간대, 몰려든 시장가 주문. 네 가지가 한 지점에서 만난 사고였습니다.
덧붙이면, 이건 숨겨진 정보도 아니었습니다. 증권사 앱의 ETF 화면에는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가 떠 있고, 월요일 그 시간에도 16,000원대라는 적정가는 화면에 있었습니다. 30,000원에 시장가를 누른 손가락과 화면 사이의 거리가 이번 사고의 전부였던 셈입니다.
숫자로 본 피해: 누가 얼마나 다쳤나
월요일 종가 30,000원을 분해하면 이렇습니다. NAV 대비 프리미엄 86%로 역산하면 적정가치는 약 16,100원. 나머지 13,900원, 그러니까 가격의 46%가 거품이었습니다.
| 적정가치(NAV) 약 16,100원 | 거품 약 13,900원 |
차트 2. 6월 8일 종가 30,000원의 구성. (프리미엄 86% 기준 역산)
이 가격에 1,000만 원어치를 산 사람은 그 순간 538만 원짜리 자산을 산 겁니다. 다음 날 기초자산이 15.91% 올라 NAV가 약 21,260원까지 따라와 준 덕에, 화요일 종가 21,891원 기준 손실은 -27%로 끝났습니다. 만약 하이닉스가 화요일에 보합이었다면 수렴 손실은 -46%까지 갔을 계산입니다. 그러니까 화요일의 -27%는 폭락이 아니라 제자리 찾기였고, 그나마 기초자산 반등이 충격을 절반쯤 흡수해 준 결과입니다.
반대로 이틀 내내 그냥 들고 있던 사람은 의외로 멀쩡합니다. ETF 누적 +9.2%, 정상적인 2배 추종이었다면 +11.6%였으니 2.4%p 손해로 끝났어요. 결국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정확히 한 부류입니다. 월요일 동시호가에 시장가 매수를 넣은 사람. 그리고 수혜자도 한 부류죠. 그 시간에 30,000원에 팔고 나온 사람.
전례가 없는 종류의 사고도 아닙니다. 2012년 미국에서는 변동성 2배 상품 TVIX가 발행사(크레디트스위스)의 신규 설정 중단으로 적정가치 대비 89% 프리미엄까지 부풀었다가, 설정 재개 소식에 이틀 만에 절반 넘게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프리미엄 숫자가 공개돼 있었고, 그때도 산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가격과 가치의 분리는 레버리지 상품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장면이고, 한국은 이번에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투자유의 지정과 당국 조사
사진 1. 한국거래소. 6월 8일 밤 레버리지 3종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적출했습니다. (자료 사진)
| 투자유의 적출 3종 | 운용사 | 구조 |
|---|---|---|
|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476780) | 한국투자신탁운용 | 현물형 |
|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 | 하나자산운용 | 선물형 |
| KIWOOM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 | 키움자산운용 | 선물형 |
평상시 ETF 괴리율은 1%만 넘어도 공시 대상입니다. 이번엔 그 기준의 수십 배가 나왔으니 적출은 당연한 수순이고, 외신 보도 기준으로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해 고평가 상품 매수 자제를 경고했습니다.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5월 말부터 레버리지 ETF LP의 자전거래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상장 2주 만에 상품군 전체가 당국 숙제 목록에 올라간 셈입니다.
제도의 다음 단계도 적어두면, 투자유의 적출은 1차 경고에 해당하고 10거래일 안에 다시 적출되면 지정예고로 넘어갑니다. 한편 같은 날 상장돼 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 가운데 적출된 건 이 3종뿐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쪽과 대형 운용사 상품들은 같은 폭락장에서도 공시 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뜻이라, 이번 일이 상품군 전체의 필연이라기보다 유동성 얕은 종목에서 먼저 드러난 균열이라고 읽는 게 정확할 겁니다. 다만 균열의 위치가 어디였든, 같은 면제 시간대는 16종 모두에 존재합니다.
골드만이 경고했던 '가속기'
사실 경고는 출시 전부터 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상품군이 매일 리밸런싱 구조와 코스피 내 반도체 두 종목의 비중(합산 약 절반) 때문에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가속기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돈은 이미 몰릴 만큼 몰렸고요. CNBC에 따르면 한국·대만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4월 170억 달러에서 5월 431억 달러로 두 달 만에 2.5배가 됐습니다.
이번 사건이 그 경고의 정확한 실현인지는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가속기 경고는 '리밸런싱 매매가 기초자산 변동성을 키운다'는 쪽이었는데, 실제 터진 건 'ETF 자체 가격이 기초와 분리된' 사고였으니까요. 다만 공통분모는 분명합니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돈이, 구조를 모른 채, 좁은 문으로 들어왔다는 것. 상장 첫날과 첫 주에 거래대금과 수익률을 추적하면서 느꼈던 과열이 2주 만에 청구서로 돌아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져갈 것
| ☐ | 레버리지 ETF에 시장가 주문 금지. 이번 피해자는 전부 시장가 매수였습니다. 지정가면 거품 가격엔 체결 자체가 안 됩니다 |
| ☐ | 동시호가(15:20~15:30) 신규 진입 피하기. LP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입니다 |
| ☐ | 매수 전 괴리율·iNAV 확인. 증권사 앱 ETF 화면이나 운용사 페이지에서 실시간 확인 가능. 1% 넘게 비싸면 일단 멈춤 |
| ☐ | 투자유의 적출 여부 확인. 10거래일 내 재적출되면 지정예고 단계로 넘어갑니다 |
상장일 글에서 저는 이 상품을 안 산다고 적었는데, 그건 음의 복리 때문이었지 이런 사고를 내다본 건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업료는 남이 내줬고 교재만 공짜로 받았네요. 2배 ETF의 진짜 리스크 목록에 '기초자산'과 '복리'에 이어 '호가창'이 추가됐다는 것, 그게 이번 주의 교훈입니다. 다음 적출 공시가 나오는지, 동시호가 LP 면제 조항이 손질되는지는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더퍼블릭, "주가는 빠졌는데 50% 급등?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투자유의 적출" (2026.06.09)
· 세계일보, "하이닉스 주가 15% 올랐는데 30% 하락, ACE 레버리지 왜" (2026.06.10)
· SBS Biz, "하이닉스 정규장 하락했는데 레버리지 급등, ETF 괴리율 비상" (2026.06.09)
· 블룸버그·디엣지, "Leveraged ETF goes haywire in Korea with wrong-way 40% moves" (2026.06.10)
· CNBC, "Leveraged ETF assets double in two months as investors press AI bet" (2026.06.03)
· 뉴스1, "금감원, 레버리지 ETF LP 자전거래 실태조사" (2026.05.29)
· 한국투자신탁운용 입장문 (보도 인용, 2026.06.09)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괴리율·등락률 등 수치는 작성 시점(2026.06.11)의 거래소 공시·보도 기준이며, NAV 역산 계산은 보도된 프리미엄(86%) 가정에 따른 추정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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