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종일 ETF 세 개를 뜯었습니다. 보수가 0.1%인지 0.5%인지, 누가 한 군데에 76%를 몰아 담았는지, 셋 중 뭐가 제일 싼지. 표도 만들고 도넛 그래프까지 그렸습니다. 다 만들고 나니 좀 뿌듯했어요. 나 좀 전문가 같은데, 싶었습니다.
그리고 증권사 앱을 켰습니다. 매수 버튼을 한참 봤습니다. 그리고 그냥 껐어요.
웃긴 게, 저는 분석을 많이 할수록 매수가 줄어듭니다. 0.1이랑 0.5가 5배 차이라고 또박또박 표에 적어놓고, 정작 제 계좌엔 오늘도 한 주가 안 늘었습니다.
공부가 제일 고급스러운 미루기 같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취미인지도 모른다고요. 저는 둘 중에 아는 쪽만 부지런합니다. 종목을 고르는 게 아니라 종목에 대한 글을 모으는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표는 늘어나는데 잔고는 그대로입니다.
로켓랩은 그냥 들고 있습니다. 새로 나온 건 또 구경만 했어요. 내일이 상장일인데, 저는 아마 '관망'이라는 멋진 단어로 게으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겠죠. 관망. 얼마나 점잖은 말인가요. 사실은 그냥 안 산 건데 말이죠.
뭐, 이런 날도 있는 거겠죠. 표는 예쁘게 나왔으니 오늘은 그걸로 됐습니다. 사는 건 내일의 제가 하겠죠. 내일의 저도 아마 표를 그리고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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